90살 할머니 쓰러지자...40시간 곁에서 지킨 '백구'

입력 2021.09.09 07:30수정 2021.09.09 07:57
백구야 오래오래 할머니랑 행복하게 살아라~
90살 할머니 쓰러지자...40시간 곁에서 지킨 '백구'
미국 CNN은 8일(현지 시각) 쓰러진 90대 치매 할머니 곁을 지켜, 할머니 생명을 구한 백구의 사연을 보도했다. 뉴시스 제공(CNN방송 홈페이지 화면)

[파이낸셜뉴스] 치매에 걸린 90대 할머니가 쓰러지자 40시간 동안 곁은 지킨 반려견 '백구'의 사연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백구는 국내 첫 ‘명예 119 구조견’으로 임명됐다. 8일(현지 시각) 미국 CNN은 ‘주인의 생명 구한 강아지, 한국 최초 명예 구조견으로 임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백구의 사연을 전하며 “용기 있는 4살짜리 백구를 통해 왜 개가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인지, 그 이유를 알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일(한국 시각) 충남 홍성소방서는 백구를 전국 1호 ‘명예 119 구조견’으로 임명하고 소방교 계급장을 수여했다. 국내에서 반려견이 명예 구조견으로 임명된 건 백구가 처음이다.

충남도는 “백구는 치매를 앓고 있는 90세 할머니가 길을 잃어 논둑에 쓰러진 뒤 하루가 넘도록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서 “할머니의 생명을 구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해 명예 119 구조견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25일 새벽 충남 홍성군에서 90대 할머니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김모 할머니(93)의 딸이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지난달 24일 밤 김 할머니가 반려견 ‘백구’와 마을 밖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김 할머니를 찾기 위해 홍성소방서 구조대원, 의용소방대, 방범대가 투입되고 마을 주민들까지 나섰지만 26일 오전까지도 찾기 못했다.

특히 김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었고, 실종 기간 폭우가 쏟아져 가족의 속은 타들어 갔다. 26일 오후 경찰은 열화상 탐지용 드론을 띄웠고, 실종 추정 40시간 만인 이날 오후 3시30분쯤 작은 생체 신호가 포착됐다.

벼가 무성하게 자란 논 가장자리 물속에서 쓰러져있던 김 할머니 곁을 지키던 백구의 체온을 드론이 감지한 것이다. 발견 당시 백구는 할머니 몸 쪽에 바짝 붙어 있었다고 한다. 저체온증을 보인 김 할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건강을 회복했다.

사실 백구는 유기견이었다. 백구는 3년 전 대형견에 물려 사경을 헤매다 김 할머니 가족이 구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 할머니는 백구를 정성껏 보살폈고, 그때부터 김 할머니와 백구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명예 구조견 임명식에 참석한 양승조 충남지사는 “백구가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모두를 감동시켰다”며 “주인을 충심으로 사랑하는 행동 그 이상으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지극한 효(孝)와 같다”고 말했다.

90살 할머니 쓰러지자...40시간 곁에서 지킨 '백구'
지난 6일 오후 홍성소방서에서 반려견 ‘백구(견령 4세)’의 전국 1호 명예119구조견 임명식이 열렸다. 백구는 치매환자인 90세 할머니가 길을 잃어 논둑에 쓰러졌을 때 곁을 떠나지 않고 하루가 넘도록 할머니의 곁을 지키며 구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충청남도 제공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