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8㎞ 스쿨존서 사고…택시기사 벌금 300만원, 왜?

입력 2021.09.08 17:05수정 2021.09.08 17:50
횡단보도였다고
시속 18㎞ 스쿨존서 사고…택시기사 벌금 300만원, 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안내판 [뉴시스]

■ “부상 경미하고 구호 조치 다해”

[제주=좌승훈 기자]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날 때 제한 속도를 지키더라도, 운전자가 최대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된 A(70)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4일 오후 제주시 모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차로에서 편도 1차로를 따라 시속 18㎞의 속도로 택시를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치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 시설(어린이집·유치원·학원·초등학교)이 있는 지역에 대해 일정 구간을 지정하고, 안전한 보행과 통학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은 도로교통법 제12조에 명시돼 있으며, 자동차·원동기는 30km/h이하로 주행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를 냈다고 판단했다.

반면 A씨는 재판과정에서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고 당시 횡단보도를 지날 때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시속 18㎞로 달리던 차량이 완전히 멈춰서기 위해 약 10.28m의 정지거리가 발생해 약 8m 앞에 있던 피해자를 미처 피할 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횡단보도가 설치된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날 때, 최대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전방과 좌우를 최대한 살펴야 한다고 봤다.
이와 함께 제한 속도 안으로만 달리면,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라 보행자를 발견하면 정지할 수 있는 서행 의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가 어린이 보호구역이고 피고인이 자주 드나들어 익숙한 곳인 점, 피해자가 어린이인 점을 고려할 때, 죄책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경미한 점, 사고 발생 직후 피고인이 즉시 정차해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112·119에 신고하는 등 구호 조치를 다한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와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모두 항소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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