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사라진 아들"... 34년 만에 모자 상봉

입력 2021.09.06 14:33수정 2021.09.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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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사라진 아들"... 34년 만에 모자 상봉
34년 전 생이별한 모자(母子)가 6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소회의실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청주 상당경찰서 제공).2021.9.6/© 뉴스1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아들아!" "보고 싶었어요. 어머니!"

생사조차 모르고 떨어져 살던 모자(母子)가 장기 실종 아동 유전자 분석 제도 덕분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6일 오후 1시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소회의실이 눈물바다가 됐다. 34년 전 생이별을 해야 했던 70대 노모와 40대 아들은 부둥켜안고 한동안 오열했다.

끊어졌던 천륜이 이어지는 자리였던 만큼 슬픔과 감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애틋한 재회를 지켜보던 이들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기구한 사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북에 살던 두 모자는 집안 사정으로 떨어져 지내야 했다.

어머니 A씨는 경북에 남았고, 아들 B씨는 친가에서 조부모 손에 컸다. 하지만 아들 B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에서 실종됐다.

여러 이유로 시댁과 연락을 끊었던 A씨는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아들 B씨는 충북 음성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이 흐렸던 탓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후 그는 아동양육시설을 거쳐 청주지역 보호시설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이름과 나이도 바뀌었다.

어머니 A씨는 아들이 실종된 사실을 한참 지난 뒤인 1997년에 알게 됐다. 뒤늦게라도 경찰에 신고하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이미 이름과 나이를 바꾸고 사는 아들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 흐른 뒤 A씨는 다시 한번 아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생사라도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그는 결국 지난 6월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경찰은 유전자(DNA) 분석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A씨 유전자(DNA)를 채취·등록했다. 전국적으로 대조 작업이 이뤄지던 때 낭보가 날아들었다.

2004년쯤 청주상당경찰서가 담당 지역 내 보호시설에서 채취·등록한 입소자 DNA와 A씨 DNA가 '친자 관계'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무연고자로 시설에 입소한 아들 B씨는 DNA 채취·등록 대상이었다.

어머니 A씨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게 돼 너무나 기쁘다"면서 "경찰이 도와준 덕분에 피붙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한을 풀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상당서 관계자는 "이번뿐만 아니라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상봉의 기적을 경험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장기 실종자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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