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해군본부 직할 해군대학 내에서 괴롭힘이 발생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보복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군 군사경찰단은 인권침해 사건을 인지하고도 기본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피해자가 보호를 요청하였음에도 알아서 잘 해결해보라는 식으로 대응해 방치했다"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B중령은 전 부서원을 수시로 집합시켜 피해자 A하사를 모욕해왔으며 부임 8개월밖에 되지 않은 A하사를 갑자기 목포에 위치한 3함대로 전출시키기로 계획했다.
A하사는 2020년 12월 처음 업무에 투입된 뒤 제대로 된 인수인계를 받은 적이 없었지만 올해 1월 부임한 B중령은 수시로 A하사와 부서원을 집합시켜 A하사의 업무 미숙을 모욕적으로 비난하는 일명 '티타임'을 가졌다고 센터는 전했다.
티타임 집합은 1월부터 8월까지 약 30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B중령은 모두가 보는 앞에 피해자를 앉혀놓고 '너는 발전이 없어' '너는 너만을 위해서 일하냐' '야 ○○○(피해자), 말끊기 새끼, 너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라며 소리를 질렀다.
또 B중령은 평소 사무실에서 부서원들이 다 듣고 있는 가운데 해군본부에 전화해 '저 하사(피해자) 언제 가냐'라고 말하며 모욕을 줬으며 인사상담도 없이 A하사를 인사교류명단에 포함하고 티타임 집합 때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A하사는 8월5일 국방헬프콜과 군사경찰에 신고했으나 B중령과 계속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등 분리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해군 군사경찰단은 A하사에게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A하사는 직접 상부에 가해자인 B중령과의 분리를 요청했으나 오히려 A 하사가 독방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해군대학은 피·가해자 분리를 요청한 피해자에게 되려 직장내 괴롭힘으로 보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건으로 미루어 볼 때, 해군은 피해자가 마음 놓고 형사절차, 인사조치를 요구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보인다"며 "(군 내) 사망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시민들의 분노가 군을 향하고 있음에도 일선 부대의 인권감수성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군본부는 가해자를 즉각 보직해임하여 전출하고, 피해자를 방치한 해군본부 군사경찰단 관계자를 직무유기로 즉각 입건, 수사하라"면서 "직장내 괴롭힘을 자행한 관련자들도 엄정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