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경찰이 범인을 제압하는 동안 여성 경찰은 일정 거리두기를 하는 듯한 사진이 인터넷 상에 퍼지면서 여경 무용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남녀 경찰 2명이 주취자로 보이는 남성 1명을 체포하는 과정이 담긴 사진들이 올라왔다.
충북 청주 상당구 상점가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에는 남경이 주취자를 쓰러트려 제압하는 동안 여경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서있는 모습이 담겼다.
뒷짐을 지고 있던 듯한 사진 속 여경은 남경이 주취자를 어느 정도 제압하자 휴대폰을 보면서 다가섰다. 정황상 동료 경찰을 부르거나 채증을 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다른 남경 4명 정도가 나타나 범인을 체포해 경찰 차량 안에 태우는 데 일조했다. 여경은 이들 뒤를 따라가면서 상황을 지켜봤고 상황은 이대로 종료된 듯 했다.
해당 게시물은 31일 오후 2시 기준 12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댓글만 400여개에 이르는 등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네티즌들은 “저것(여경)들은 진짜 존재 이유가 뭔가?”, “뭐 하루이틀인가? 치안조무사”,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왜 뽑았냐”, “세금 진짜 아깝다, 여경”, “이 정도면 2인 1조가 아니라 1인 1조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여경은 여자 범인 제압 담당이고 남경은 남자 범인 제압 담당이다”, “검거 과정에서 경찰 중 한 명은 채증을 해야 하긴 하지 않나. 안 그러면 나중에 검거 과정서 부상당했다, 인권침해당했다 말 많을 테니” 같은 댓글도 소수 있었다.
경찰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여경의 대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진짜 (여경과) 같이 일해보면 느낌. 답 없다”, “채증 드립 전에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해서 체포 도와줘야 하지 않냐”, “제발 여경들 바디캠 좀 사라.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폰 잡고 채증할래?”, “다른 노동, 동일 월급. 비단 경찰 뿐만 아닐거야..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사진에 찍힌 여성은 경찰학교 소속 여성 교육생으로, 16주 일정으로 실습을 하던 중이었다.
성별을 떠나 교육생 신분이었던 터라 적극적인 현장 업무에 투입하기 어려웠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게다가 당시 교육생은 피의자 제압이나 신체를 보호할 장구류조차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초기 단순 주취자 처리 건이어서 교육생을 포함한 1개팀만 현장 출동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주취자가 완강히 저항하면서 채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생에게 채증을 지시한 것"이라며 "알려진 대로 현직 여경이 사건 현장에서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경의 대응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에도 남성 경찰이 주취자를 체포하는 동안 여경이 구경만 하는 듯한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경찰청은 "증거 자료를 남기도록 대응 매뉴얼이 정해져 있다"며 "남경이 현장에서 상대를 제압하고 여경은 촬영하라는 등 남녀 성별을 구분해서 매뉴얼이 정해진 것은 전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여기에 일부 남경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여경이 편한 업무만 찾는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김해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