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추격전 끝 만취뺑소니범 잡은 30대

입력 2021.08.17 14:54수정 2021.08.17 16:22
어벤져스!
심야 추격전 끝 만취뺑소니범 잡은 30대
뺑소니 사고를 목격하고 범인을 쫓아가 검거하는데 공을 세운 정인성씨(39)..2021.8.17/© 뉴스1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저도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입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고요."

한 시민이 심야 추격전을 벌인 끝에 음주 뺑소니범을 붙잡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오후 10시10분께 전북 전주시 진북동의 한 편의점 앞. 보행자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지자 대학생 A군(19)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당시 A군은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때 멀리서 달려오던 싼타페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A군을 그대로 치고 달아났다. 사고 충격으로 몸이 뜬 A군은 곧장 바닥 위로 떨어졌다.

이 장면을 정인성씨(39)가 목격했다. 배달대행 일을 하는 정씨는 바쁜 업무 중에 잠시 틈을 내 편의점 앞에서 늦은 저녁을 떼우던 중이었다. 정씨는 먹던 걸 그대로 내려두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정씨는 달아나는 싼타페 운전자를 뒤쫓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씨는 사이드미러가 파손된 싼타페 차량을 발견했고, 잠깐 차량이 신호에 멈춰선 사이 오토바이로 차량 앞을 가로막았다.

정씨는 운전자 B씨(49)에게 내릴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잠깐만 기다리라던 B씨는 갑자기 핸들을 꺾어 달아났다.

정씨의 추격은 계속됐다. '내 아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정씨의 질긴 추격 끝에 B씨가 고사동의 한 골목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B씨가 차를 버리고 맨몸 도주를 시도했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정씨에게 붙잡혔다. 정씨가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만취한 상태인 B씨는 지속적으로 도망가려 발버둥쳤다. 지나가던 청년이 힘겹게 범인과 대치 중인 모습을 보고 경찰이 올 때까지 정씨를 도왔다.

정씨는 만취상태인 뺑소니범을 경찰에 인계한 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B씨의 음주여부를 확인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달하는 만취상태였다. 경찰은 B씨를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정씨는 "학생(피해자)을 치고 도망가는 차를 보자마자 부모된 심정으로 몸이 먼저 반응을 했던 것 같다"며 "그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면 누구라도 다 그렇게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뺑소니 사고로 쓰러진 A군은 주변 시민들의 도움으로 안전한 곳으로 몸을 옮겼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친 A군의 가족들은 "오히려 가족들은 너무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데 많은 시민들의 도움을 받게 됐다"며 "저희 가족들도 앞으로 사회에 더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갚아나가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정씨 등 범인을 검거하는 데 공을 세운 시민에게 표창을 주기 위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