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중학생 살해사건의 두 피의자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백광석이 살인 혐의에 공동범행을 주장하는 반면 김시남은 피해자를 살해하는지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다수의 전과가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백광석과 김시남은 백씨가 김씨에게 500여 만원을 빌려줬을 만큼 평소 친분이 돈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범 김시남을 꼬드길 당시 백광석은 “아이를 살해하고 극단선택을 하겠다. 단독범행으로 끝날 테니 도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백광석은 지난 19일 오후 7시28분쯤 제주시 모 숙박업소 3층 계단에서 긴급체포됐을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직전이었다.
백광석은 또 범행 직후 도주하지 않고 2시간30분가량 범행 현장에 머물며 죽을 마음으로 곳곳에 식용유를 뿌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실제로 단독범행으로 꾸며내기 위해서인지 범행 당시 백광석만 면장갑을 끼지 않았다.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백광석은 주택으로 침입할 때는 물론 도주할 때 역시 장갑을 끼지 않은 상태다.
범행 현장 곳곳서 백광석의 지문이 발견되기도 했다.
추적 단서가 될 수 있는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면장갑을 착용한 공범 김시남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경찰 수사 초기 “살해는 나 혼자 했다”고 진술하던 백광석은 경찰이 범행도구를 함께 구입하는 등 계획범행 증거를 들이밀자 김시남과의 약속을 깨고 “김시남도 살해에 가담했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하지만 김시남은 여전히 살해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지만 김시남의 살해 가담 여부를 두고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사전답사까지 했지만 CCTV 존재 모르고 증거 흘리고
단독범행 위장을 꿈꿨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경찰이 A군 모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CCTV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범행 직전인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범행 현장을 답사하기도 했으나 CCTV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CCTV는 2대였는데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인지 주택 바깥만을 비춘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시남은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주택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부인하다 CCTV 영상을 본 후에야 뒤늦게 침입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시남 역시 사전에 CCTV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두 피의자의 허술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범행 당일 주택에 도착한 이들은 당시 침입해야 하는 다락방 문이 열려있자 허둥지둥대다 미리 구매한 테이프를 바깥에 두고 가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이 테이프는 이후 경찰이 ‘계획범행’임을 확신하게 한 증거물이 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백광석과 김시남은 범행 전 같이 철물점에 들러 청테이프와 백색테이프를 구매한 사실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한편 백광석과 김시남은 지난 18일 오후 3시16분에서 41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서 백씨의 전 연인 아들인 중학생 A군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27일 검찰에 송치됐다. A군의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였다.
백광석은 살인 혐의와 별도로 가정폭력과 가스방출, 임시조치 위반,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