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여년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친엄마가 동생의 장례식에 나타나 상속을 요구했다. 법정 다툼 끝에 친엄마가 상속을 받게 됐지만, 상속세도 내지 않게 됐다. 기존 법의 허점 때문이었다. 당국은 부랴부랴 법 개정에 나섰지만 친엄마에게 소급적용을 할 순 없었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와 그녀의 친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씨의 친모는 소송을 통해 구씨가 남긴 상속재산 40%에 대한 권리를 인정 받았다. 그런데 기존 법으로는 구씨 친모에게서 상속세를 걷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28일 조세 당국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국세기본법 조항의 허점이 불러 온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상속세는 상속재산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
구씨의 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 시점인 지난 2019년 11월을 기준으로 상속인들에게 납세의 의무가 부과된다. 당시만 해도 상속인은 직계인 구씨 부친과 구씨의 오빠 2명이었다.
20여년간 연락을 끊고 떨어져 지냈던 친모는 상속인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다. 친모가 상속인 자격을 얻게 된 것은 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해 12월이다.
친모는 2019년 11월 딸의 장례식장을 찾아 본인 몫의 유산 상속을 요구했고 친오빠가 이런 요구가 부당하다며 재산분할심판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친모의 유산 상속분을 40%로 규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친모는 딸이 사망한 후 13개월이 지난 뒤 상속세를 내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 그런데 국세기본법에는 상속세 부과시 유류분 상속재산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다행히 정부는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뒤늦게나마 법 개정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발표한 2021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국세기본법 상 납세 의무 범위를 조정했다. 상속자, 수유자(유언장에 따라 상속을 받는 이)외에 구씨 친모처럼 권리를 주장해 ‘유류분’을 가져가게 된 상속인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더했다.
다만 이 법을 구씨 유족과 친모 사례에 적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법개정안은 법 시행일을 2022년 1월 1일부터로 규정했다. 이 시기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