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받고 불법 입국 도운 호치민 한국 영사관의 최후

입력 2021.07.19 05:33수정 2021.07.2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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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받고 불법 입국 도운 호치민 한국 영사관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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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지난 15일 오전 10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부산고등법원 301호 법정.

지난 2017년부터 3년 간 주베트남 호찌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영사 등을 지냈던 A씨가 수의(囚衣)를 입고 법정에 섰다.

그의 옆에는 역시나 구속돼 수의를 입은 브로커 B씨가 함께 섰다.

이날 재판부는 '뇌물수수',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1심보다 6개월 감형된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뇌물공여',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B씨도 1심보다 2개월 감형해 징역 2년4월을 선고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호찌민에서 한 단체 대표를 맡고 있던 B씨를 알게 된다.

그러던 중 2018년 9월 B씨는 호찌민 한 식당에서 A씨를 만나 '베트남 국적 외국인들에 대한 단기방문 등의 비자발급 신청 허가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만남 전 B씨는 베트남인 C씨를 통해 알선수수료를 받기로 하고 불법 비자발급 신청을 돕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이후 B씨는 A씨의 도움 아래 2020년 2월까지 총 404회에 걸쳐 404명에 대한 거짓 비자신청서 등을 호찌민 총영사관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총 302명이 국내로 입국해 281명이 불법체류 신세로 전락했고 10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이탈률만 93%에 달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수차례에 걸쳐 현금과 골프, 식사 접대 등 총 1억4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수사 협조 공문 등을 B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베트남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주고 받았지만 결국 발각된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신이 받은 뇌물의 횟수와 총 금액이 공소사실보다 적다며 범행을 일부 부인했다.

이로 인해 자신의 혐의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이 아니라 '뇌물수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의 경우 수수 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특가법 적용이 가능해진다.

또 수수 금액이 A씨에 대한 검찰 공소사실과 같이 1억원을 넘길 경우 무기 또한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1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29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만 인정했다.

지난 1월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억원을, 브로커 B씨에게는 징역 2년6월과 벌금 2억4000여만원 등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A씨가 부인하는 내용에 대한 직접 증거가 B씨의 검찰 진술밖에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과 A씨, B씨 모두 '양형 부당', '사실 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고 2심은 부산고법에서 진행됐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줄어든 형량을 선고했다.

감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대체로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는 걸로 보이며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뇌물 관련 혐의 가운데 일부가 추가로 무죄로 인정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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