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덜 내 다투다 주점 주인 폭행, 대법 판결 의외

입력 2021.07.18 09:00수정 2021.07.18 09:44
대법 "강도상해는 아냐"
술값 덜 내 다투다 주점 주인 폭행, 대법 판결 의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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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주점 손님이 10여만원 정도의 술값 지불을 두고 다투다 주인을 폭행한 것을 강도상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4)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2019년 5월 경기 남양주시의 술집에서 15만9000원 상당의 맥주를 마시고 종업원에게 2만2000원만 지불한 채 나가려 했다.

이에 주인 A씨가 붙잡아 실랑이를 하던 중 다툼이 심해지자 "나를 무시해" 등 욕설을 하며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김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쓰러진 A씨의 머리와 복부를 발로 차 실신하게하고 전치 4주의 갈비뼈 골절 상해를 입혔으며 말리는 종업원 B씨도 폭행해 전치 3주의 타박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이 주점 주인 등의 술값 지급 요구를 물리침으로써 일시적·사실적으로나마 술값 채무를 면한 것도 강도죄의 성립요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며 강도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A씨에게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서에 기재돼있지만 실제 폭행 장면을 보면 생명을 잃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무자비했다"며 김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이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순간적 노여움을 이기지 못하고 범행한 점,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크지 않은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6개월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에게 강도상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폭행 당시 술값 채무를 면하려는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하던 중 A씨가 손전등으로 자신의 몸을 미는 듯 행동하고 주점을 나가려는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자 격분해 폭행했다"며 "이후 B씨는 주점 밖으로 피신했고 A씨는 쓰러져 저항이 불가능했는데 피고인이 술값 채무를 면탈할 의사가 있었으면 그때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도 다시 주점으로 돌아와 A씨를 폭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공사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소득이 있었고 지급하지 않은 술값은 큰 금액이 아니다"며 "강도상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강도상해죄의 불법이득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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