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앞둔 동해안 해수욕장의 처참한 상태

입력 2021.06.29 07:05수정 2021.06.29 09:58
이럴때보면 참 미개해 보이기도..
개장 앞둔 동해안 해수욕장의 처참한 상태
지난 27일 강원 양양의 한 서핑 해변 곳곳이 피서객들이 무단 투기한 쓰레기로 가득하다. © 뉴스1 윤왕근 기자


개장 앞둔 동해안 해수욕장의 처참한 상태
지난 27일 강원 강릉 강문해변에 피서객들이 사용하고 버린 폭죽과 쓰레기가 분리수거 없이 방치돼 있다. © 뉴스1 윤왕근 기자


개장 앞둔 동해안 해수욕장의 처참한 상태
전동기 운행이 금지된 강릉 경포해변 솔받 산책로에서 관광객이 전동스쿠터를 타고 있다(왼쪽 사진). 송림 보호를 위해 텐트설치가 금지된 구역에 텐트가 버젓히 설치돼 있다. © 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 개장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른 무더위로 해변에 몰려드는 피서객들의 쓰레기 무단투기와 비매너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서핑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강원 양양군의 한 해변. 아직 해수욕장 개장 전인 이날 해변의 풍경은 코로나19 시국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해변가에 앉아있거나 카페 테라스에서 쉬고 있는 서핑족들의 대부분이 벗어 제친 상의처럼 마스크마저 시원하게 벗고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해변 쉼터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다.

벤치와 화장실 인근 서핑보드 거치대 앞 등에는 컵라면 용기와 일회용컵, 다 쓴 폭죽 더미, 맥주캔, 과자봉지 같은 쓰레기가 무단으로 방치돼 있어 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내뿜고 있었다. 쓰레기가 널린 쉼터 바로 뒤편에 붙은 무단 투기 금지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날 해변가에 바람을 쐬러 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를 떴다.

실제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바다환경지킴이 지원사업'으로 수거한 해안가 쓰레기가 지난해에만 1780톤에 이른다.

특히 폭죽 사용으로 인한 화재 위험과 관련 쓰레기 발생은 동해안을 비롯해 전국 해수욕장이 여름철마다 겪는 고질적 문제다.

이날 양양 외에도 강릉 경포, 강문해변 백사장에는 지난밤 사용한 폭죽이 그대로 꽂혀있었고 도로변 쓰레기 수거장소에는 폭죽쓰레기가 산적해 있었다. 특히 우거진 송림이 인접해 유명한 경포해변의 경우, 폭죽 사용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크지만 피서객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특히 인근 슈퍼마켓은 물론,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조차 '폭죽 판매' 안내문을 붙이고 폭죽을 팔고 있어 사실상 폭죽 사용을 권장하는 듯 했다.

또 경포 솔밭에는 송림 보호를 위해 텐트설치나 취사가 불가하지만, 이날 버젓이 텐트를 치고 가스 버너를 이용해 라면 취사 등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솔밭 산책로는 전동스쿠터의 출입이 안되지만 일부 피서객들은 인근 대여소에서 빌린 스쿠터를 타고 산책로 데크를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동해안 쓰레기 무단투기나 피서객의 비매너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수욕장 운영 기간에는 지자체가 행정력을 집중해 단속과 계도가 활발해 관리되는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개장 전후 생기는 '사각 지대'다.

이른 무더위로 피서객들이 몰려들면서 사실상 개장과 다름없는 상황인데, 공식 개장 전이라 관련 인력의 파견이나 증원없이 읍·면·동 차원의 행정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개장 이후에는 공공근로 인력 투입이나 단속 인력 증원 등 행정력이 집중된다.


또 해수욕장 무단 투기 쓰레기 하나를 처리하는데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백사장은 해양수산 관련 부서, 부대시설 인접 도로변은 관광과, 송림 등은 산림 관련 부서가 담당하는 등 일원화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동해안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는 특별행정센터를 운영으로 확실히 관리가 되지만 개장 전후에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현수막 게시 등으로 높은 시민의식을 바라거나 지역 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 동해안은 7월 9일 양양을 시작으로 강릉, 동해, 속초, 삼척, 고성 등 동해안 87개 해수욕장이 순차적 개장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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