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 "건강했던 준호에게 장애가 생겼고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공중에 날려버렸습니다. 이걸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나요."
군대 내 '부실 급식' 현황이 잇달아 제보되고 있는 가운데 취사병들의 열악한 업무량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지난 24일 서울 도봉구에서 만난 이진희씨(52)는 건강했던 동생 준호씨(44)가 취사병 업무로 정신질환을 얻었던 20년 전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1998년 3월 신체검사 1급으로 입대한 이씨는 특수전단교육단에 차출될 정도로 건장했으나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한 달만에 정신 질환을 얻게 된다.
하루에 네끼씩, 2~4명의 적은 인원으로 많게는 한끼당 20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던 그의 수면시간은 불과 3시간. 밤 11시부터 새벽 2시간까지의 수면 시간 조차도 정신적 압박으로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정신질환을 얻은 이후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당시 상황이 또렷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두껍게 남아있는 그의 병상일지는 당시 그의 생활을 가늠케한다.
병상일지에 따르면 그는 계속해서 수면 부족을 호소하며 죽음을 고민했다. 유일하게 화장실에서 휴식을 취했던 그는 조리병 생활 3주차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의무대에서 눈을 뜬다.
군이 제대로 조사해서 준호씨가 쓰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누나 진희씨에게 준호씨는 "한 달이란 기간은 내겐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을 것이고 죄책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희씨는 "준호가 저 방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몇 년의 세월이 걸렸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한 만큼 나라에서는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나간 세월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동생이 당당하게 국가 유공자나 국가보훈대상자로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