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자신을 학과장에서 사임시키려 한 동료 교수들에게 앙심을 품고 '이들의 성희롱, 인권 침해 의혹 등을 알리겠다'고 협박한 50대 교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이선말 판사는 지난 18일 강요미수, 협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6)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학과장을 지낸 교수로, 2019년 12월 같은과 교수 B씨와 C씨에게 "학생 성희롱, 인권침해, 입시비리 의혹 등을 언론과 학생, 학부모,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수차례 협박하고 사직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피해 교수들이 신임 총장에게 학과장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안 뒤 악감정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들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문자를 8차례, "스스로가 배신의 아이콘으로 저주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협박 문자를 5차례 보냈다. 해당 문자에는 피를 흘리며 상대방을 가리키는 인형 사진 등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A씨는 학부모들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 교수를 지칭해 학생을 억압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A씨는 "구체적으로 해악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이들이 여학생에게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거나 학생들의 장애를 비하하는 말을 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보낸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며 "문자 메시지의 내용, 횟수, 동기 등에 비춰보면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