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언제나 불길 속에 제일 먼저 들어갔다가 제일 늦게 나오던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을 잃은 대원들이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이었던 고 김동식(52) 소방령은 지난 17일, 이천의 쿠팡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광역대응 2단계'가 발령되자 이천 소방서를 지원하기 위해 출동했다. 고인은 잔불정리 및 인명 수색을 위해 대원 4명을 이끌고 17일 오전 11시20분쯤 센터안으로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순직했다. 고인은 '대피하라'는 무전에 따라 대원들에게 '철수' 지시를 내린 뒤 뒤를 봐주면서 나오다가 화마에 희생됐다.
구조대원들 상태에 대해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원 한명이 왼쪽 팔과 손목 골절, 안면에 약간 화상을 입어 한양대병원에 입원했지만 상태는 좋아졌다"면서 "나머지 동료들은 너무 슬퍼해서 업무에서 제외시켜 심적 치료를 해야 되는 상태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같이 들어갔던 동료, 더군다나 같이 먹고 자고하던 대장님을 잃었기 때문에 그 슬픔은 저희들이 상상하는 이상이다"며 대장을 잃은 대원들의 충격은 짐작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 과장은 "건물 내부에 선반, 적재물이 3단 높이로 10m 정도 되는데 쌓여 있던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갑자기 불길과 연기가 밀려와 탈출했다"며 "탈출하는 과정에서 우리 대장님이 인솔해 들어갔던 광주구조대원 5명, 그 중에 한 명이 탈진 상태를 보여 부추겨서 내보내고 대장님이 따라나오다가 어떤 요인에 의해서 지체가 돼서 고립이 됐다고 추측하고 있다"고 고인이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과장은 "구조대장 등 지휘자는 먼저 들어가서 뒤에서 봐주면서 나온다"며 "대원들이 고인이 미처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오자마자 금방 알게 되는데 그때부터 트라우마 상태로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고인이 안에 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을 지켜보는 "동료들이 느끼는 슬픔, 무력감, 그 참담한 마음은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면 다 느끼는 심정일 것"이라며 "서로 마주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고 했다.
한편 고 김동식 소방령 영결식은 이날 오전 9시30분 경기도청장으로 진행되며 고인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모셔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