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언론에서는 (집창촌)자진 폐쇄로 나오는데,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폐쇄된 것이다. 업종을 변경할 처지도 못되고 이사비도 없다. 그냥 죽으라는 얘기다. 업소 폐쇄에 따른 보상을 해야한다."
최근 폐쇄된 경기 수원시 수원역 일대 성매매집결지의 한 업주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업소를 떠나지 못한 다른 업주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경찰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세입 업주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쯤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인근 한강에서 A씨(60대·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수원역 일대에서 수년간 성매매업소를 운영해오다 최근 업소 폐쇄 조치 이후 극심한 생활고와 채무 문제 등을 주변인들에게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는 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제 폐쇄를 당했다는 세입 업주들은 이날 수원시청을 찾아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수원시장 책임져라' '자진 철거 아닌 공권력에 의한 강제 폐쇄다' 등 현수막과 조화를 설치한 뒤 이사비용 지급 등 합당한 보상을 촉구했다. 집회 현장에는 장송곡이 흘러나왔다.
한 성매매업주는 "A씨가 집창촌 일대에 설치된 시청 관련부서(가로정비추진단)를 몇 번 찾아갔는데, 보상 등 문제 해결이 되지 않자 좌절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업주는 "자기 건물이 있는 업주들은 보상을 받게되니 자진 폐쇄를 했다고 하지만 세입자인 우리는 그런 적 없다"며 "자진 폐쇄가 아닌 강제 폐쇄를 당한 것이다.지금 오갈 곳 없는 세입자 업주가 40~50명 된다. 강제 폐쇄를 했으면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세입 업주 뿐 아니라 다른 상가 세입자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아가씨들도 수십명이 오갈데 없어 업소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A씨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세입 업주의 딱한 사정은 알겠지만, 법률적으로 지원 근거가 없다"며 "긴급 생계지원 대상이 되는 분들은 업소 폐쇄와 별개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1960년대 고등동과 매산로1가에 매춘 업소들이 하나 둘 생겨나며 집창촌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주변 신설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수원시가 가로정비 나서면서 본격적인 폐쇄 논의가 시작됐다.
결국 집창촌 업주 모임인 '은하수 마을' 회원들은 지난달 전체 회의를 열고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이날 집회 참석 업주들은 '자진 폐쇄 결정을 한 은하수 마을'과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