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집단해고' 주민들이 막았다…중계그린아파트 6명 복직 결정

입력 2021.06.15 14:53수정 2021.06.15 15:07
경비원분들 힘내세요
'경비원 집단해고' 주민들이 막았다…중계그린아파트 6명 복직 결정
중계그린아파트 해고 경비원들과 입주민들.2021.5.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뒀지 누구 하나 반항한 적 없어요. 이렇게 복직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지난 4월까지 서울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노득기씨(69)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1일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었지만 4월29일 새로 바뀐 관리업체에서 문자메시지로 재계약 미연장 통보를 받은 '해고 경비원'이다.

그러나 노씨를 포함한 해고 경비원들은 6월 중 경비원으로 복직하게 됐다. 그동안 일하던 아파트는 아니지만 멀지 않은 아파트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1년 이상 근로계약 등 고용보호도 보장받았다. 경비원, 입주민, 그리고 노원구와 관리업체의 협의를 통해 이뤄낸 성과다.

◇ 눈웃음 이모티콘 문자로 이틀 전 해고 통보…입주민 등 '불합리' 서명운동

전국의 많은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은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해고되고 다시 취업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돼도, 당일에 일방적 해고 통보를 받아도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경비업체 XX입니다~^^ 애석하게도 같이 근무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 또 다른 인연으로 타 현장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눈웃음 이모티콘이 담긴 문자로 해고된 경비원은 총인원 44명 중 16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강여울씨(30) 등 일부 주민이 "불합리하다"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지난달 14일에는 기자회견 및 문화제를 열고 노원구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입주민과 경비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 입주민들, 경비원과 힘 모아 '고용승계' 요구…노원구도 나서

경비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노씨는 "낮까지 일하다가 저녁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비원이 그걸 따지겠나"라며 "아무 소리 못 하고 그만두니까 업체가 경비원을 우습게 보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이 힘을 모으니 경비원들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아파트에서 촛불문화제 한마당이 열리고 베란다에 '우리는 경비원 집단해고를 반대합니다'라고 쓴 천이 붙었다. 이를 언론이 보도했고 수많은 시민이 분노에 동참했다.

결국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갈등 해소에 나섰다. 경비업체, 아파트 관리업체, 경비원 등을 불러 중재를 시도한 것이다. 그 결과 복직의사를 밝힌 경비원 6인 전원을 복직시키고 업체 승계 과정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노력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경비원-노원구-관리업체'는 16일 오후 4시 3자 협약식을 진행한다.

◇ "방관자가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주인된 마음의 결과물" 평가

입주민 강씨는 이번 협약을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싸워서 내 자리를 되찾겠다'는 경비원들의 주인된 마음,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입주민이 있었기 때문에 거둔 성과"라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입주민 1463명의 '경비원 해고 반대' 서명을 받았고 문화제를 하는 경비원들에게 따뜻한 음료수를 주거나 손피켓을 들어주는 주민도 많았다면서 "방관자가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또 다른 주인된 마음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노씨는 "누구 하나 관심 없던 경비원 해고문제에 주민이 호응하고 언론이 관심을 보여 복직이 가능했다"며 "경비원들도 이번 일로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들은 16일 오전 11시 아파트 단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성과를 평가하고 힘을 보태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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