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김정은이 K-팝을 북한 젊은이들의 복장, 헤어스타일, 말, 행동을 타락시키는 ‘악성 암’으로 규정했다”며 “국영 매체는 이를 내버려 두면 북한이 ‘축축하게 젖은 벽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북한 내 한류의 유행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지역 이동이 제한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한국 음악, 드라마 수요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재 북한 젊은이들은 노동당이 한국 대중문화를 “반사회적”이라고 규정한 데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K-팝을 밀반입 했던 한 탈북자의 말을 빌려 “요즘 북한 젊은이들은 김정은에게 아무런 빚도 없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이 가족 통치의 기반을 잃지 않으려면 젊은 층에 대한 이념 통제를 더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이 같은 변화를 감지했는지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남한 영상물 유포자에 대한 형량을 최대 사형까지 격상했다. 또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과거엔 남한 방송을 시청하다 적발되면 최고 징역 5년 형이 선고됐지만, 이 법 제정 후에는 최대 15년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강경 조치에도 한류의 북한 내 확산을 틀어막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김정은조차도 (K팝이나 드라마의 인기) 조류를 막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데일리NK가 입수한 북한 정권 문서에 따르면, 북한 청년들이 주고받는 문자메시지 등에서 한류가 녹아있는 내용이 발견되고 있다. 가령 북한 여성들은 여태 교제 상대 남성을 ‘동지’라고 불렀지만,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로 이시마루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 편집장은 “한국의 문화적 침공은 김정은과 북한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