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A씨(53)와 남편 B씨(54)는 2017년 경기 김포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그렇게 술 기운이 오른 두 사람은 함께 차에 올랐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5% 상태에서 운전석에, B씨 역시 소주 4병과 맥주 1000㏄를 마시고 만취한 상태로 조수석에 탔다.
그런데 부부는 평소 중고차 구매 문제로 많이 다퉜고 사건 당일에도 간병과 생활비 문제로 싸웠다. 화가 난 B씨는 달리는 차 안에서 내렸다 타기를 반복했다. B씨가 차에서 내린 뒤 꼼짝하지 않아 A씨가 직접 차에 태우기도 했다.
B씨가 차에서 세번째 내리자 A씨는 더 이상 태우지 않았다. 한 시간도 안 돼 B씨는 다른 운전자에 의해 발견됐다. 두개골이 골절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검찰은 유기치사 혐의와 함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B씨가 주행 중 뛰어내려 숨졌다"고 주장했고 A씨 측은 "차를 완전히 세운 뒤 B씨를 내려줬고 차 문에 자동잠금기능이 있어 주행 중에는 조수석 문을 열수 없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만취 상태에서 비정상 언행을 하던 B씨가 야간에 주행 중인 차에서 뛰어내린 것을 두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며 "차도 한복판에 방치된 B씨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해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의 항소로 재판은 2심으로 넘어갔고 항소심에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운전했던 차량 조수석 문이 주행 중에도 열리는지 실험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현장검증'을 했다.
A씨의 아들이 어머니의 차를 직접 운전했고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측이 돌아가면서 조수석에 앉아 문이 열리는지 확인했다.
검증 결과 시속 15㎞에서 자동잠금장치가 작동했지만 일종의 잠금쇠 역할을 하는 '노브'를 당긴 상태에서 손잡이까지 당기면 차량 문이 주행 중에도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속 40㎞가 넘은 상태에서도 문이 열렸다.
결국 2심도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객관적인 증거를 종합하면 달리는 차에서 피해자가 문을 열고 뛰어내렸고 A씨는 그대로 운전하고 지나갔다"면서도 A씨의 유기 행위와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유기치사죄가 아닌 유기죄를 인정했다.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그대로 확정했다. 이후 A씨는 재심도 청구했지만 기각 결정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