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 파지더미 깔려 숨진 노동자 딸의 절규 "회사에서.."

입력 2021.06.03 11:36수정 2021.06.03 12:13
가슴이 아프네요..
300kg 파지더미 깔려 숨진 노동자 딸의 절규 "회사에서.."
© News1 DB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세종시 조치원에 있는 쌍용C&B 공장에서 하차 작업 중 300kg이 넘는 파지더미에 깔려 숨진 화물노동자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회사 측의 진정한 사과와 화물운전기사들의 안전한 작업환경 개선에 정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작성자는 "지난달 26일 파지더미가 실린 컨테이너를 싣고 광양항에서 조치원 쌍용C&B 공장으로 온 아빠는 짐을 내리기 위해 컨테이너문 개폐 작업을 하다 300~500kg에 달하는 파지더미 두 개에 깔렸다"고 했다.

이어 "크게 다친 아빠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총 세 번의 심정지가 왔고,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수술조차 받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겨우 버티다 다음날 숨졌다. 사유는 장기파열로 인한 과다출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의 사고에 대해 "컨테이너에 짐을 실어준 회사에서 짐이 떨어지지 않게 안전장치를 했어야 하는데도 안전장치가 없었다"면서 "짐을 내리는 곳에는 큰 경사면이 있었고, 이곳을 후진으로 내려가면 짐이 문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위험한 환경이었다"고 했다.

또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은 화물노동자분들의 고유 업무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비용절감과 관행이라는 이유로 사측에서는 이 위험한 일을 화물노동자분들에게 시켰다"고 분노했다.

그럼에도 "화물노동자들은 작업 현장에서 힘이 없기에 컨테이너 문을 개폐하라면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거나 작업 순번을 끝으로 미루는 등 불이익을 받기에 어쩔 수 없이 지시대로 해야 했다"며 "심지어 짐을 다 내린 후에는 컨테이너 내부청소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아빠와 같은 사고는 처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몇 차례나 더 있었다"며 "빈번한 사고에도 회사는 위험을 무시하고 돈을 덜 쓰기 위해 화물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작업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살다가신 아빠를 위해 아직까지도 안전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일하는 화물운전기사분들을 위해 회사 측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힘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 글에는 3일 오전 11시 현재 9159명이 동의한 상태다.

앞서 지난달 26일 50대 화물노동자 A씨는 광양항에서 파지더미가 담긴 컨테이너를 싣고 오전 9시쯤 세종시 조치원에 있는 쌍용C&B에 도착했다. 컨테이너에 실린 파지를 내리기 위해 문을 여는 과정에서 300kg에 달하는 파지더미에 깔렸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다음날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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