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에 '부실 급식'을 제공해 뭇매를 맞고 있는 군이 정치인의 방문엔 삼겹살이 가득한 급식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은 정치인 방문 날짜가 '특식'이 예정된 날과 "우연히 겹쳤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군내 부실 급식 문제가 불거지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군부대를 직접 방문해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받아든 군 급식은 그간 병사들이 폭로해 온 부실 급식과는 달리 말 그대로 푸짐했다.
육군 51사단에선 지난 26일 야당 의원들의 방문에 식판을 넘을 정도로 가득 쌓인 삼겹살 수육과 꽃게 등 해물이 넉넉하게 들어간 해물 된장찌개를 준비했다.
51사단 측은 '1인 기준량'이라며 직접 배식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정치인이 온다고 특식을 준비한 것 아니냐"·"평소엔 저렇게 안 나올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특히 51사단의 경우 한 달 여전 "격리장병에 부실한 급식이 제공된다"는 제보가 처음 제기된 곳이라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이러한 상황 속 의원들이 방문한 날짜에 실제로 특식이 제공됐단 사실이 알려지며, 군이 일부러 정치인 방문과 특식 날짜를 맞췄단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의원들이 받아 든 특식의 가격은 평균 1끼에 책정되는 2930원보다 2배 이상 비싼 8000원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부대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이 방문한 날이 마침 '삼겹살데이'여서 특식이 제공됐다"며 "급식이 잘 나오는 것처럼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문 날짜를 누가 정했냐'는 질문에 "서로 날짜를 조율하며 맞췄을 뿐 누가 딱 정하진 않았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우리 부대는 첫 폭로 글이 게시된 곳이 아닌 같은 51사단 예하의 다른 부대"라고 부연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엔 자신을 야당 의원이 방문했던 51사단 부대 장병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취사병과 조리원 어머님께서 엄청 고생하시는데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이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겨 눈길을 끈다.
이 누리꾼은 "우리 부대는 원래부터 대대 전체가 식사나 위생에 신경 많이 쓰고 있다"면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삼겹살데이라서 삼겹살로 늘 먹고 있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군을 향한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부실 급식 문제를 두고 군 전반의 문제라기보단 일부 지휘관의 관심 부족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병사들로부터 급식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은 부대를 공개했어야 한단 지적도 잇따른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은 '민간위탁'과 '전문조리원 고용' 방식 등을 통해 전 부대의 급식 품질을 일정하게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