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 아까워 이혼 못해"…도넘은 혼수 '매매혼' 논란

입력 2021.05.24 16:02수정 2021.05.24 16:07
중국서 예물 마련에 들어가는 돈이..
"예물 아까워 이혼 못해"…도넘은 혼수 '매매혼' 논란
중국의 한 결혼식에서 결혼 선물로 쓰인 총 888만 위안이 들어있는 이 바구니들. 102㎏의 현금을 나르기 위해 18명의 인부가 고용됐다.(사진제공=상하이데일리)© News1


"예물 아까워 이혼 못해"…도넘은 혼수 '매매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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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물 아까워 이혼 못해"…도넘은 혼수 '매매혼' 논란
중국의 호화 피로연 © News1

(서울=뉴스1) 최서영 기자 = 최근 중국에서 값비싼 결혼 예물에 "결혼이 아니라 매매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주고받은 예물이 많아 이혼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신혼부부가 많다.

23일(현지시간) 신화망 등 현지 언론은 최근 중국 내에서 예물 비용이 상식을 훌쩍 넘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햇다.

올해 42세인 왕씨는 비싼 결혼 예물의 희생자 중 한 명이다. 왕씨 집안의 경제력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지만 아들이 장가를 가면서 그동안 힘들게 모은 돈이 모두 바닥나버렸다.

왕씨는 "재작년 큰아들이 결혼했는데 예물 마련에 19만8000위안(약 3468만원)을 썼고, 집 마련에 70만 위안(약 1억2000만원) 이상이 들었다"며 "기타 장신구와 잔치 비용은 별도"라고 설명했다.

신화망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주로 신랑 측이 신부 측에 금품이나 예물을 보낸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예물 비용이 몇만 위안에서 십만 위안, 심지어는 100만 위안(1억7000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높은 예물 비용은 신랑 측 집안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예물을 받는 신부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A씨는 고향에서 하는 소개팅을 일종의 '매매'라고 표현했다.

A씨는 "예물에 팔려가는 듯한 느낌"이라며 "혼인부터 예물까지 어른들이 마음대로 결정해버려 결혼 당사자들은 발언권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들과 딸이 있는 집안에서는 딸을 먼저 시집보내면서 받은 예물을 아들 장가보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딸에게는 예물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는 족쇄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남자 쪽은 자신이 이미 건넨 예물이 아까워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아도 이혼을 먼저 제안하지 않는다. 동시에 여성들도 이혼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이혼 이야기를 잘못 꺼냈다가는 남자의 돈만 가로채고 이혼했다며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사회학자는 신화망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에서 필요 이상으로 높은 예물 비용에 대해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신부 측 부모의 보상심리다.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온 딸을 시집보내면서 그에 합당한 물질적·정신적 보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체면치레하고 싶어하는 심리다. 예물 비용이 많이 들수록 남자 쪽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부 측에서 예물을 받지 않거나 예물을 간소화한 결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예물을 얼마나 받았는지가 사랑의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물을 받지 않은 여성은 시댁에서 무시당하며 사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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