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 포럼서 진중권 꼽은 대선후보 필요조건

입력 2021.05.21 14:31수정 2021.05.21 16:20
윤 전 총장의 높은 지지율 배경으로는..
윤석열 지지 포럼서 진중권 꼽은 대선후보 필요조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5.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윤석열 지지 포럼서 진중권 꼽은 대선후보 필요조건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강연을 마친 뒤 토론회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5.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유경선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포럼 창립식에서 윤 전 총장의 높은 지지율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을 꼽았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이같은 여론에 응답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민주주의 위기와 현 정부의 불공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날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 출범식에서 토론회 기조발제자로 나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공정'을 화두로 던졌다.

진 전 교수는 "윤석열 전 총장을 통해 나타난 공정에 대한 욕망의 실체를 정치에 뜻이 있는 정치인들이 짚어봐야 할, 새겨야 할 지점을 말하겠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화는 상징자본, 기득권의 토대가 됐다. 민주화 세력은 과거 저항 세력이었지만 이제 기득권이 됐고, 자신들의 특권을 자식에게 세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를 전적으로 보여준 게 조국사태"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에 반응한 청년 세대를 두고 진 전 교수는 "젊은 세대는 투쟁 대신 경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또한 공정을 이야기한다. 게임의 규칙을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다'고 말했지만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것"이라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공정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며 "이 정권이 들어와서 공정이 깨졌다. 윤 전 총장이 주목받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법적, 형식적 공정을 나타내는데, 이 정권은 그것마저 깨버렸다"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모든 대권주자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질의응답 시간에 "법적, 형식적 공정마저 무너져 윤 전 총장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며 "필요조건은 이에 제대로 응답할 때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나선 김태규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이 큰 지지를 받는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며 "나라가 제대로 됐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이란 사람이 와서 모든 걸 제대로 만들어주길 기다리고 의존하는 건 아닐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는 국민 모두가 만들고 제도와 가치가 구현될 때 가능하다"고 했다.

또 "윤 전 총장은 관료로 인생 대부분을 보냈다"며 "관료로서 기관의 수장이 되는 것과 정치가로서 지도자를 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현실정치를 맡으면 새로운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유감스럽게도 질적으로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는 권위주의 독재로 돌아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고화된 자유민주주의로 발전했다고 본다"면서도 "질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완성되려면 만연한 지역주의 극복, 흑백논리, 진리독점을 넘어서 교조주의로 향하는 이념화, 진영화, 과잉 감정대응, 전정부 정책을 깡그리 엎어버리는 국정의 불연속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특히 '포퓰리스트'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그는 "포퓰리스트가 정권을 잡으면 개혁이 화두가 된다"며 "자신의 정치적 이상이나 취향을 화두로 한다. 검찰, 사법부, 정보기관을 입맛에 맞게 손을 본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빙자해 다수결로 밀어붙여 자신들만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줄기차게 노력한다"며 "(포퓰리스트는)정치가 이뤄지는 근본방식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한국의 포퓰리즘은 그 영향력이 기존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인터넷 중심으로 점차 불안감, 적대감, 불신이 확산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념적 양극화 현상은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계, 법조계, 학계, 종교계, 예술계, 시민계에 깊숙이 파고들어 지식인마저 편향된 의식을 표출한다.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당이 '날 대표하지 못한다'는 회의감, 냉소를 극복하고 정당이 자유를 보호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도 살고 나라도 번창하며 신뢰받는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에 함몰돼 미래를 버릴 게 아니라 과거 싸움에서 탈출해야 미래가 보인다"고 했다.

송 교수는 "당면한 경제위기, 안보위기, 보건위기, 복지지출 위기,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 등 위기를 민주주의적으로 극복해야 함과 동시에 고도성장의 부정적 유산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갖고 정치발전을 위해, 미래방향 설계를 위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명예교수는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학과 대학원 시절 석사 논문을 지도한 교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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