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돌풍의 핵으로 등장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36)은 13일, '말의 품위'를 지키라는 5선 중진 정진석 의원 요구를 "과도한 지적이다"고 받아 넘기면서 "유력 정치인, 중진 정치인에게 비유도 못하냐"고 반발했다.
나경원 전 의원과 더불어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양강을 형성, 당 안팎에서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진석 의원의 요구를 따를 수 없다고 했다.
◇ 이준석 "윤석열 지지율 높다고 비유 자제하라?…왜 대통령에겐 표현자유 요구하나"
이 전 최고위원은 "당에 소속된 입장에서 외부인사가 당으로 들어와 선거를 치르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것을 소고기 원산지 표기정책에 비유했다"며 "이를 막말로 규정지는 것은 과도한 지적이다"고 받아쳤다.
이어 "윤석열 총장 대선지지율이 다소 높다고 해서 당이 그의 눈치를 살펴 정치적 표현까지 자제할 이유는 없다"며 못할 말 한 것도 아닌데 왜 '막말'로 치부하냐며 따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현직 대통령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당내에서는 대선주자에게 비유를 들어 조언했다고 막말 프레임(틀)을 가동시키는 것은 이중잣대다"며 납득할 수 없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 이준석 "아저씨들 이야기를 줄이면 아재토크…주호영 향해 쓰면 막말?"
그러면서 "당대표가 되면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 스트라이크 존을 좁게 잡겠다"며 품위를 잃지 않는 선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판의 말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에베레스트' 발언을 '아저씨들 이야기'라고 평가절하했다가 꾸중을 들었다며 "아저씨들 이야기라는 표현을 줄이면 '아재토크'다"라며 "이게 왜 정치적으로 쓰면 안되는 용어인지 모르겠다"고 정진석 의원을 쳐다봤다.
◇ 정진석 "주호영을 '아저씨' · 윤석열을 소고기에 비유한 이준석 말 위태위태"
이날 정진석 의원은 "시사평론가로 더 유명한 이준석씨의 말이 위태롭다"며 이 전 최고위원이 정치인보다 시사평론가로 더 유명하다고 슬쩍 꼬집었다.
그 다음 "아무리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의 중진의원을 '아저씨로 불러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는 "동네 뒷산만 올라간 것으로는 에베레스트 못 오른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경험 부족을 거론한 주 의원에게 이 전 최고위원이 "에베레스트니 뭐니 이런 건 정치적인 문법에 따라서 그냥 아저씨들이 하는 얘기다"고 대꾸한 것을 말한다.
또 정 의원은 "우리 당의 많은 분들이 영입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육우', '수입산 소고기'로 비유해서는 안된다"며 이 전 최고위원에게 말조심을 당부했다.
육우, 수입산 소고기 발언은 이 전 최고위원이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수입산 소고기 보다는 국내산을 더 좋아한다는 점을 예로 들어 윤 전 총장의 빠른 합류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이 빨리 합류해 당 경선에 나가면 '국내산 육우', 야권후보 단일화 때 나오면 '수입산 소고기'가 된다며 국민들이 좋아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 정진석 "홍준표도 센 말 거둬야…품위 잃으면 다시 막말 정당 프레임에 갇혀"
한편 정진석 의원은 홍준표 의원에게도 "검찰총장 지낸 이(윤석열)를 '조폭 리더십'이라고 하면 홍 대표가 몸담았던 대한민국 검찰이 조폭 조직이냐"며 "거센 말 제발 거두어 달라"고 청했다.
정 의원은 "지금 국민들이 우리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기에 품위를 잃어선 안된다"면서 "다시 막말 정당 프레임을 스스로 뒤집어쓰지 말자"고 홍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 등에게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