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이장호 기자 = "남자가 하는 말을 듣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주먹을 휘둘러 갈비뼈 골절상 등을 입힌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3부(부장판사 이관형 최병률 원정숙)는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원심에서 명령한 사회봉사 80시간을 유지했다.
A씨는 2019년 8월20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남자가 말을 하면 알겠다고 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당시 여자친구 B씨(30)의 얼굴, 몸통 등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같은달 29일 오후 11시쯤 서울 관악구의 본가에서 B씨의 얼굴, 몸통 등을 또 다시 수차례 때려 전치 4주 이상의 갈비뼈 골절상을 입힌 혐의도 받는다.
당시 B씨는 A씨의 가족과 식사 후 설거지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B씨는 A씨의 어머니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다리를 폈는데 이를 두고 A씨가 버릇 없는 행동이라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같은 해 9월25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피곤한 아침에 왜 회사까지 태워달라고 하느냐"며 자신의 차 안에서 B씨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린 혐의도 있다.
이밖에 A씨는 B씨가 자신의 동생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의 몸을 밟고 머리를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B씨를 두차례 때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갈비뼈 골절을 입힐 정도로 폭행하지는 않았다"며 "다른 상처는 B씨가 혼자 수상스포츠를 즐기다가 다쳐서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법정진술, A씨와 B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 B씨의 엑스레이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A씨는 연인관계에 있던 B씨에게 폭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했다"며 "이로 인해 B씨는 상당한 정신적·신체적 충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2심은 "B씨는 현재 A씨와 결별했다"며 A씨의 나이, 범행 동기와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다만 "1심은 B씨가 1심 선고 전 처벌 의사를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폭행죄를 유죄로 인정했다"며 폭행죄에 대한 검찰의 공소를 기각하면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 만큼 공소기각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