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11억 안갚고, 여권 변조 해외 도피한 사업가의 최후

입력 2021.05.04 06:00수정 2021.05.04 10:08
사필귀정
19년 전 11억 안갚고, 여권 변조 해외 도피한 사업가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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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19년 전 약 11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던 중 수차례 해외로 도망간 사업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심담 이승련 엄상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 산업개발 대표이사 강모씨(60)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2002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B 회사의 대표 박모씨에게 약 5억7840만원 상당의 화장지 원단, 화장지 가공기계를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강씨는 박 대표에게 대금 명목으로 지급한 당좌수표와 약속어음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당좌수표의 만기가 다가오면 해당 수표들이 위조됐다며 되레 경찰서에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2003년 3월~5월에는 C 의류회사의 사장 장모씨 등에게 약 5억1179만원 상당의 의류원단을 제공받고, 대금을 주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결국 같은 해 강씨는 B 회사 박 대표로부터 고소를 당해 경찰조사를 받게됐다. 그러나 몇달 뒤인 10월27일 강씨는 중국으로 도주했고, 강씨는 여권의 유효기간을 변조해가며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년간 불법 체류했다.

2008년 12월 강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다만 강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한 점, 박 대표가 고소를 취하한 점을 고려해 강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됐다.

이듬해 6월 강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한 달 뒤 강씨는 "침몰 선박을 인양하는 사업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낙찰받았다. 출국을 허가해달라"며 재판부에 신청서를 냈고,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말레이시아에 있던 강씨는 재판부에 해외출장 허가 신청서 및 재판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강씨는 9년 8개월간 또 다시 잠적했다. 강씨는 지난해 4월 30일 귀국했고, 이날 다시 구속됐다.

재판과정에서 강씨 측 변호인은 "B 회사에서 납품받은 화장지 생산기계 중 일부는 중고였고, 작동도 안 돼 돈을 안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강씨가 회사를 찾아온 C 의류회사 직원에게 2억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직접 작성해 교부한 점, C 의류회사의 사장이 법정에서 피해사실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한 점, A 회사에서 중국에 수출한 원단과 C 의류회사에서 공급한 원단이 다른 점을 근거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화장지 생산기계 일부 중고제품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합의하에 납품된 것으로 보인다"며 "강씨는 수사단계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들며 공소사실을 부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2001년 사기죄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형 집행을 마친 지 불과 7개월만에 이 사건 범행을 다시 저지른 점을 비추어보면 강씨의 법질서 의식은 매우 희박하다"며 "강씨의 소재를 탐지하기 위해 많은 사법·행정자원이 낭비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2002년 범행 당시의 편취 금액이 11억원을 초과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현재를 기준으로 이보다 현저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은 이 사건으로 모두 폐업하게 됐고, 강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해당 판결에 불복한 강씨는 항소했지만,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그러나 이 판결에도 불복한 강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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