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누나 죽여놓고 장례식 영정 사진 든 동생

입력 2021.04.30 13:58수정 2021.04.30 18:10
와 이건 뭐...
자기가 누나 죽여놓고 장례식 영정 사진 든 동생
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동생 A씨(20대 후반)가 29일 인천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자기가 누나 죽여놓고 장례식 영정 사진 든 동생
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동생 A씨(20대 후반)가 29일 인천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자기가 누나 죽여놓고 장례식 영정 사진 든 동생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강화=뉴스1) 정진욱 기자 = 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동생이 누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엄마에게 메시지를 수차례 보내는 등 누나가 마치 살아있는 것 처럼 위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A씨(20대 후반)는 누나 B씨(30대)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를 보여주며 엄마에게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어머니는 B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2월 14일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가출 신고를 했다.

이에 A씨는 누나와 주고 받은 것처럼 꾸민 카카오톡 메시지를 엄마에게 보내주며 경찰에 가출 신고를 취소하도록 유도했다.

A씨는 누나 B씨의 계정으로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난다", "잘 지내고 있다"등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누나의 계정에 '어디에 있냐', '걱정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후 누나의 계정으로 접속해 '잘 있다. 찾으면 숨어 버린다'등의 답장을 보냈다.

유가족측은 가출 신고가 유지되면 연락이 더 안될 수 있고, 만약 가출 신고를 취하하면 먼저 연락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 4월 5일 가출 신고를 취하했다고 뉴스1 취재진에 밝혔다.

A씨는 이어 누나의 장례식에서 자신이 살해한 누나의 영정사진도 들고 나오는 등 경찰과 가족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철저히 숨겼다.

A씨는 누나 장례식 후 부모님이 살고 있는 경북 안동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A씨가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다른 휴대전화에 넣은 뒤 누나 명의의 카카오톡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누나의 계정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 확인된 만큼 혐의를 추가할 지 검토중이다.

경찰은 또 B씨의 계좌에서 12월부터 일정 금액이 출금된 정황도 포착해 범행 동기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A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B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의 한 농수로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키 158cm의 B씨는 1.5m깊이 농수로 가장자리쪽에서 배가 부풀어 오르는 등 부패된 상태에서 발견됐으며, 상하의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맨발 상태였으며 휴대전화나 지갑 등 유류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가방은 수중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B씨의 등에 25차례의 흉기에 찔린 흔적을 확인, 흉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결과 B씨의 사인이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이라고 경찰에 통보했다.

앞서 경찰은 B씨의 휴대폰과 금융 기록을 분석해 동생 A씨를 추적, 29일 오후 4시 39분쯤 경북 안동에서 체포했다.

체포 후 압송된 A씨는 29일 오후 9시 26분쯤 인천 강화경찰서에 도착해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천 거주지에서)누나와 다툰 후 홧김에 살해했고, 살해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중순"이라고 진술했다.

A씨는 "회사를 마친 후 밤 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누나가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를 해 부엌 흉기로 살해했다"며 "10일간 아파트 옥상에 시신을 놔둔 후 12월 말 가방에 담은 뒤 렌트카를 이용해 농수로에 유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누나 B씨(30대)와 함께 거주한 아파트가 꼭대기 층이라 오랫동안 보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집 인근에 버렸다고 진술해 수색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며 "살해한 시점은 12월 중순이고, 부검 결과와 A씨 진술 일치 여부 등 의혹이 가는 부분은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누나를 살해한 시점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해 12월 부터 누나의 계좌에서 돈을 빼내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업체에 재직 중인 A씨는 사건 발생 전 누나 B씨와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했다. B씨의 시신이 발견된 강화군 석모도는 이들 남매의 외삼촌 가족이 거주중이며, 가족행사때 종종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뒤 이날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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