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향한 야권의 러브콜이 무색한 과거 한국당의 독설들

입력 2021.04.29 16:03수정 2021.04.29 17:29
박근혜 국정농단을 수사한게 윤석열인데... 이런 코미디가
윤석열 향한 야권의 러브콜이 무색한 과거 한국당의 독설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검찰총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2021.3.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윤석열 향한 야권의 러브콜이 무색한 과거 한국당의 독설들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2019.7.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 (2019년 자유한국당 논평)

"청와대 하명수사와 자신의 한풀이로 얼룩진 총체적 수사참사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2017년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도했던 '적폐수사'에 대해 과거 야당이 쏟아낸 비판들이다. 윤 전 총장이 야권 잠룡으로 떠오른 뒤 야당 내에서는 당시 적폐수사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 내에는 윤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하나의 흐름이 존재하는 동시에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는 것.

국민의힘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윤 전 총장의 적폐수사에 비판을 쏟아냈다. 2016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정농단 관련 특검법에 의해 구성된 특검에서 윤 전 총장은 수사팀장으로 임명돼 박근혜정부 주요 인사에 대한 수사에 앞장섰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며 본격적인 적폐수사를 진행했다.

같은 해 5월19일 청와대는 "중앙지검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공소 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라며 윤 전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윤 전 총장의 지검장 인사에 "정권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청와대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추가 수사 등에 만전을 기하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을 통해 구체적인 사건을 지휘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윤 검사장에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지휘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적폐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자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며 윤 지검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27일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무리한 강압수사로 전직 국방부 장관과 국정원 간부를 구속시키고 그 칼끝을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들이대는 안하무인 한풀이식 정치보복 수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지검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검찰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사랑한다면 청와대 하명수사와 자신의 한풀이로 얼룩진 총체적 수사참사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2019년 검찰총장에 윤 전 총장이 임명되자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같은 해 6월17일 청와대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왔고 권력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윤 전 총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임명했다.

한국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이후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코드인사"라고 비판에 목소리를 보탰다.

당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6월20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의 모습은) 정치보복, 적폐청산 작업의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7월8일 열린 윤 전 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장제원 의원은 "정치적 중립 실현에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인사였느냐는 의심이 있다"며 "적폐수사를 통해 손에 묻은 피를 닦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것을 두고 공방도 있었는데, 윤 전 총장이 이를 부인하던 중 청문회 막바지에 윤 전 총장과 윤 전 세무서장 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말'논란이 불거졌다.

다음날 나 원내대표는 "거짓말을 뻔뻔스럽게 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했던 적폐수사는 하나도 믿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년 넘게 해왔던 (적폐 수사 관련) 얘기들에 대한 진실성이 부정되는 것을 윤 후보자가 온몸으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자 나 원내대표는 "우리당과 함께 정치하려 하기보단 궤멸키겠다는 이 정부의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2019년 8월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달라졌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자 윤 전 총장을 응원하고 나선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의 가장 중요한 범죄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다. 윤석열의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를 광범위하게 인정했다"며 "이 기조를 유지하라"고 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정권에 이용당하고 무시당하고 팽 당하는 바보 같은 검찰이 되지 마시고 국민과 정의만 바라보고 가는 당당한 검찰이 돼 달라"고 응원했다.

조 전 장관 수사로 청와대와 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은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대립관계를 이어갔다.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에도 비판하며 청와대와 날을 세운 끝에 지난 3월4일 자신의 임기를 4개월 여 앞두고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대권주자로 거듭난 윤 전 총장을 향한 야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이 그렇게 비난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실제 한 행동대장은 윤 전 총장이 아닌가"라며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과물탄개(過勿憚改)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공직 수행 과정에 있었던 결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본인이 그런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목소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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