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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화재 경보기 울렸지만 꿈쩍 안한 주민들 "큰일 날뻔"

이번엔 진짜였네요

2021.04.24 08:08
화재 경보기 울렸지만 꿈쩍 안한 주민들 "큰일 날뻔"
지난 22일 오전 2시10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3층 복도가 뿌연 연기로 가득 차있다. 2021.4.24/뉴스1


화재 경보기 울렸지만 꿈쩍 안한 주민들 "큰일 날뻔"
지난 22일 오전 2시10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오피스텔 3층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2021.4.24/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지난 22일 새벽 2시.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A씨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나 그는 상황을 파악하고 대피하는 대신 잠을 선택했다. 입주한 지 6개월 째, 벌써 수차례 들었던 익숙한 사이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오작동이겠지'라고 생각했던 A씨. 하지만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어디선가 탄내가 느껴졌다.

잠시 후 현관문을 연 A씨의 눈 앞에는 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이번엔 진짜구나'라고 생각한 그는 그제서야 수건을 적셔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매운 연기가 눈과 코를 찌르는 가운데 복도에 모인 A씨와 다른 입주민들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했다.

화재경보기가 작동해 평소 이용하던 복도 중문이 자동으로 닫혀버린데다 초록색 '비상구' 유도등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체격이 큰 한 남성이 앞장 서 중문을 몸으로 밀었다. 닫혔던 문이 강제로 열리자 입주민들은 우르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 옆에 비상계단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화재로 당황한 입주민들은 그 누구도 '계단 대피'를 떠올리지 못했다.

같은 오피스텔에 살고있는 B씨 역시 이날 대피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복도에서 만난 한 입주민이 소화전에 달린 화재 경보기를 끄려고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층과 다소 떨어져 있어 연기나 냄새 등을 맡지 못한 그가 사이렌 소리를 '오작동'으로 오인한 것이다.

B씨는 해당 입주민을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그는 "여기서 오래 살았는데 오작동이 잦다. 불이 안 났다"며 외려 B씨의 대피를 말리기도 했다.

이들은 뒤늦게 알려온 '실제상황'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서야 서둘러 대피하긴 했지만 그 사이 매캐한 연기가 건물 구석구석을 파고든 뒤였다.

15층 규모의 오피스텔 3층에서 발생한 이날 불은 라면을 끓여놓고 깜빡 잠이 든 한 입주민의 부주의로 발생했다.

다행히 냄비 하나 만을 태워 연기가 배출된 작은 사고로 마무리됐지난 자칫 대형화재로 확산됐을 경우 상당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한 입주민은 "화재 규모가 작았기에 망정이지 큰 불이 났더라면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진저리를 쳤다.

또 다른 입주민도 "작은 사고를 통해 운 좋게 설마하는 안일한 안전의식과 정비되지 않은 탈출로를 인지할 수 있었다"며 "이번 기회로 오피스텔 측의 조속하고 확실한 시설 개선과 동시에 입주민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잦은 화재경보기 오작동과 화재시 대피로 안내 등 여러 문제점과 관련해 오피스텔 관리사무소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안전시설 개선을 시도 중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소장은 "엘리베이터와 게시판 등에 비상대피로를 부착해뒀음에도 당황한 주민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대피 방향과 계단 이용 등을 안내하는 표식을 추가하겠다"고 답변했다.

경보기의 잦은 오작동에 대해서는 "온도와 습도, 먼지 등 다양한 이유로 화재경보기가 작동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최근 오작동 횟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자주 점검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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