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장교에 속옷 사진 보여준 상관 장교 "눈이 풀려있다"면서..

입력 2021.04.21 08:24수정 2021.04.21 10:25
법원 "징계 적법"
女장교에 속옷 사진 보여준 상관 장교 "눈이 풀려있다"면서..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하급 여성장교에게 성희롱을 한 육군 대위에 대한 징계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1부는 육군 한 보병사단에서 근무한 A 대위가 사단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A대위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여성 부하 장교인 B씨에게 성희롱 등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A 대위에게 군인사법을 적용해 품위유지의무 위반 및 성실의무 위반으로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다.

A대위는 B씨에게 휴대전화 화면에는 마네킹이 호피 무늬의 남자 속옷을 입고 있는 쇼핑몰 사이트를 내밀며 "이거 봐. 누가 나한테 선물했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달 열린 주간 회의 시간에도 카카오톡 선물하기 항목에 있는 여성의 상·하의 속옷 세트 사진을 B씨에게 보여줬다.

지난해 1∼2월에는 "너 눈 되게 크다. 오늘 눈이 왜 이렇게 풀려있냐. 우리 000이 이렇게 예쁜데 왜 남자친구가 없지. 요새 '썸' 타는(호감을 나누는) 사람 없냐"는 등 개인 신상과 관련한 부적절한 질문을 잇따라 했다.

그러나 A대위는 징계 처분에 불복해 모 군단 항고심사위원회에 항고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민간법원에 행정 소송을 냈다.

그는 재판에서 "성인 남녀 사이에서 속옷 선물에 관한 대화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쇼핑몰 사이트에 올라온 마네킹이 입던 남자 속옷 정도는 성인 여성에게 보여줄 수 있다"며 "성희롱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해자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점 말고는 남성이나 여성 속옷 사진을 함께 보면서 대화를 나눌 정도로 평소 스스럼없이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원고보다 나이도 어리고 계급이 낮은 여성 장교인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행위로 피해자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와 피해자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에 불과했다"며 "상급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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