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를 빛낸 사람들' 포승줄 묶인 박정희 전대통령의 모습 논란

입력 2021.04.20 17:16수정 2021.04.21 15:14
예술이냐 정치냐
'일제를 빛낸 사람들' 포승줄 묶인 박정희 전대통령의 모습 논란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이상호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이수민 기자 =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광주비엔날레 전시품인 '일제를 빛낸 사람들'에 대해 전시 중단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있다.

20일 광주비엔날레 등에 따르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최근 광주비엔날레에 전시 중인 이상호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작품을 '악의적 정치 선전물'로 빗대 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과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회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수록자 등 92명을 포승줄에 묶인 모습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92명의 인물 중에는 변절자 이광수와 일제 경찰 노덕술 등을 비롯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전시 중단 요구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켕기는 것이 있으니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예술을 예술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며 "그것은 역사적으로 '켕기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과 역사, 정치는 분리해서 봐야하는 것 아니냐"며 "이상호 작가의 작품은 역사를 담은 '예술 작품'이지 정치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비엔날레 측은 "작가의 창작 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며 전시 중단 요구에 대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예술 작품을 해석하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데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작가의 창작 활동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재단은 전시 전시를 통제하고 검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미술가로서는 국가보안법 1호로 구속된 이상호 화백은 폭력과 고문 등에 시달린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일제를 빛낸 사람들'을 완성시켜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출품 당시 이상호 화백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잘살 수 있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세력의 망언을 듣고 작품을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민특위 해체로 심판받지 못한 대표적인 친일파 92명을 일일이 그려 포승줄로 묶고 수갑을 채우며 역사의 죄인 임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반드시 올바른 길로 돌아오게 되어있다"며 "이 그림을 시작으로 지금이라도 친일청산이 바르게 이어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1>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 부재, 통화 거부 등 입장표명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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