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밀' 이름에 상처받은 이들

입력 2021.04.20 15:08수정 2021.04.20 15:18
농업진흥청의 화답은?
'앉은뱅이 밀' 이름에 상처받은 이들
(출처 :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페이스북) © 뉴스1


'앉은뱅이 밀' 이름에 상처받은 이들
밀밭 산책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앉은뱅이 밀'이라는 이름을 다른 것으로 바꿔주시는 것을 고려해주시면 안 될까요? 더 귀엽고 더 건강하고 더 사랑스러운 단어가 얼마든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가 지난 19일 농촌진흥청장에 "앉은뱅이라는 말은 지체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라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면서 이런 내용의 공개 편지를 띄워 장애인의 날인 20일 눈길을 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앉은뱅이'는 '하반신 장애인 중에서 앉기는 하여도 서거나 걷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지인 중에 장애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있다. 그분 아이 척추가 기형이라 휠체어를 이용하고, 자주 아프다. 그래서 아이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밀 제품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아이는 지체 장애가 있는데 다른 사람보다 키가 훨씬 작게 자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앉은뱅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가 너무 싫어하고 울고 한다"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장애 유형이 지체 장애로, 100만 명이 넘게 있다. 그분들이 일일이 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앉은뱅이'라는 글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마음 아파하는 분도 많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고 적었다.

김 변호사는 이 편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공개했는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45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했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김 변호사는 이같은 사실을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이에 김 변호사의 페이스북에선 '다른 밀에 비해 키가 작아 구부러지며 자라지는 않는데 알차게 잘 여무는 특성'이 있는 이 밀의 이름짓기에 한창이다.

꼿꼿하다는 뜻을 담은 '꼿밀', 짧고 단단하단 뜻의 '단단밀', 완전하고 꽉 찼다는 뜻의 '온밀', 실속있고 다부지단 뜻의 '옹글밀' 등이 제안되는 것이다.

성제훈 농진청 대변인 역시 댓글을 달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 밀 품종임에도, 이 명칭을 쓰지 않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농진청은 일단 홈페이지에서 해당 명칭을 모두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변호사의 이같은 요청이 과도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김 변호사는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이미 언어 감수성이 많이 민감해진 시대에서 살고 있다"며 "좀 더 존중할 수 있는, 좋은 표현이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좋은 소통을 이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변호사는 농진청에 외양보다는 성품을 바탕으로 하는 이름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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