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두달간 원생 10명을 상대로 300여 건의 학대를 방임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 서구 어린이집 원장이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교사들의 학대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다. 가해교사 6명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그러나 일부 교사는 상습성을 부인하거나, 훈육 및 행동 교정을 위한 행위였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정상참작을 호소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기소된 원장 A씨(46·여)는 19일 오전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육교사들의 학대 행위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교사 A씨(33·여) 등 6명은 "혐의를 (모두 혹은 일부) 인정한다"고 했다.
구속기소된 교사 2명 중 1명은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머지 교사 1명은 "혐의 일부를 인정한다"면서도 "일부 사실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투고 싶고, 일부 기소된 행위에 대해서는 중복돼서 정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피해 아동 1명과 합의한 점을 참작해달라"고도 했다.
불구속 기소된 교사 4명 중 1명은 "혐의를 인정하나, 훈육과 행동 교정 행위를 했을 뿐, 신체 발달을 해치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정상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나머지 교사 2명은 모두 혐의를 인정했으며, 1명은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상습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가해 교사들의 추가 학대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추후 기일에 추가 기소 및 공소사실 변경을 예고했다.
또 구속 및 불구속 기소된 교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 아동의 학부모 다수가 나와 재판을 방청했다. 이중 피해아동의 어머니 2명은 재판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며 가해 교사와 원장에 대한 엄벌을 눈물로 호소했다.
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지난해 10월28일 코와 광대뼈가 다친 채로 왔고, 아이가 몇 번이고 '선생님이 맴매했다'는 말에 원장에게 몇 차례 이야기 했지만, 아니라고 (변명으로 일관한 말을) 믿었다"면서 "교사들은 단 한번도 반성하지 않았고, 진정 어린 사과는 받아본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잘못된 행동을 폭력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교사가 아니다"라면서 "지옥같은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상습적으로 배웠을 아이들의 상황을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주셔서 가해자들의 강력한 처벌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자폐 아동이기에 미움받지 않을 수 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찾은 어린이집"이라면서 "그런 곳에서 학대 현장에서 고통 속에 갇혀 지내고 있던 아이들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원장은 학대에 가담하지 않고 피해자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훈육을 위한 학대였다는 가해교사들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원장을 엄히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들이 눈물로 진술하자 방청석에 있던 학부모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가해 교사들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5월17일 오후 3시 진행될 예정이다.
교사 6명은 지난해 11~12월 인천 서구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D군(5) 등 10명(1~6세)의 원생을 총 258차례에 걸쳐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원장은 가해 교사들의 상습학대 행위를 방조한 혐의다.
교사들은 다른 아동의 마스크를 벗겼다는 이유로 옷장 속에 아이를 넣거나,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베개나 휴대전화로 머리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CCTV를 통해 구속기소된 B씨와 C씨가 2개월간 각 100여 건, 50여 건의 학대를 한 것을 확인했다.
또 가해교사 6명이 두달간 총 258건의 학대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학부모들은 쿠션으로 원생을 때리고 짓누르거나, 원생만 두고 고기를 구워먹는 등 보육교사들의 학대 장면이 담긴 CCTV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들이 이전에도 30여 건의 학대 정황을 확인해 검찰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