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같던 장애인들, 동생은 알몸으로 베란다에서...

입력 2021.04.15 10:19수정 2021.04.15 10:51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형제 같던 장애인들, 동생은 알몸으로 베란다에서...
동료 장애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20대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News1 DB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동료 장애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20대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근정)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23)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법원과 검찰 등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1월14일까지 전북 정읍시 한 원룸에서 함께 지내던 B씨(20)를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농아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로의 가족을 만날 정도로 매우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이들의 불행은 지난해 9월 정읍의 한 원룸에서 같이 살면서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공동 생활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했다.

심지어 원룸 내부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해 외부에서 B씨의 행동을 감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말을 듣지 않자 11월12일 사달이 났다.

A씨는 이날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B씨를 무차별 폭행 뒤 알몸 상태로 베란다로 내쫓았다. 이후 음식도 주지 않았다.

조사결과 A씨는 B씨가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자 코와 입에 물을 뿌리는 등 잔혹하게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B씨는 A씨의 악랄한 학대에 ‘외상성으로 인한 속발성 쇼크’로 사망했다.

경찰에 긴급체포된 A씨는 “B씨를 때리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자신이 B씨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폐쇄회로(CC)TV에 범행 장면이 남아 있었다. 그제야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검찰은 A씨가 B씨를 살해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모의 부탁으로 함께 생활하던 중 피해자가 생활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자를 장기간에 걸쳐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해 사망하게 했다”며 “이 사건 피해자는 19세에 불과하고 범행에 취약한 농아자로 피고인의 폭행과 가혹행위에 아무런 저항을 못하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다 사망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 유족의 정신적 피해 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피고인이 농아자인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 여러 양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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