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반대에도 日, 오염수 125만톤 바다에 버린다

입력 2021.04.13 13:18수정 2021.04.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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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반대에도 日, 오염수 125만톤 바다에 버린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을 공식 결정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오염수 방출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4.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한·중 반대에도 日, 오염수 125만톤 바다에 버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최서윤 기자,박병진 기자 =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로 정식 결정했다.

13일 마이니치신문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정식으로 결정했다.

각의에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기준 이하의 농도로 희석해 바다 또는 대기 중에 방출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며, 대기보다 바다 쪽이 보다 확실히 실시 가능하다는 경제산업성 소위원회의 보고서를 근거로 바다에 방출하기로 정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처리수(오염수)의 처분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에 있어서 피해 갈 수 없는 과제"라면서 "따라서 오늘 안전성을 확보하고 범정부적으로 풍평(風評·잘못된 소문) 대책을 철저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해 기본 방침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 트리튬, 물로 희석해 2023년 초부터 방출

일본 정부는 구체적으로는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의 농도를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만큼 일본 국가 기준의 1/40 이하로 희석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서 오염수를 방출시킨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 탱크에 저장하고 있지만 트리튬은 이 시설로 제거할 수 없어 물로 희석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양 방류에 필요한 설비 심사 및 공사에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실제 방류는 2023년 초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는 해양 방출이 이르면 2022년에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 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인 이르면 2041년, 늦으면 2051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방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요미우리는 해양 방출이 약 30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마이니치신문은 최대 4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방출 후에도 해양의 트리튬 농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발생하는 풍평피해에 대해서는 도쿄전력이 배상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뜬소문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풍평피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 오염수를 ALPS를 포함한 특수 정화장치를 사용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다는 의미에서 '처리수'라고 부르도록 하고 있다.

◇ 방출 강행에 각계 반발 목소리

현지 어민들과 시민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시 히로시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출 결정에 "매우 유감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항의하는 성명을 냈다.

기시 회장은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해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전국의 어업자의 생각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앞으로도 반대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 회장은 일본 어민을 대표해 지난 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면담한 인물이다. 당시 스가 총리는 면담을 마친 뒤 오염수 처분 방법에 대해 "조만간 판단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린피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류 결정은 인권 침해이자 국제 해양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21세기에 지구, 특히 바다는 수많은 도전과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성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태평양에 쏟아붓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방류 결정은 유엔해양법협약에 규정돼 있는 일본의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앞으로 수개월 동안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도 해양 방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일본 동향 및 우리 정부 대응 계획' 긴급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올려 "일본의 이런 행위는 극도로 책임감이 없고, 심각하게 국제 공공의 건강과 안전, 주변국 국민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 NYT "日, 값싼 방법 택했다"

총 6기의 원자로가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1~4호기가 폭발한 후 원자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주입된 냉각수 외에도 빗물, 지하수 등 유입으로 오염수가 하루에 160~170톤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는 약 125만844톤.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저장 가능량은 약 137만톤으로 현재 약 91%가 채워진 상태다. 제한된 부지 면적으로 인해 오염수는 내년 가을~2023년 3월쯤 가득 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영국과 미국 등 서방 외신들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 소식을 보도하며 우려 섞인 시선으로 주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정부는 바다 방출이 오염수 처리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처리수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지만, 일부 운동가들은 정부의 보장을 거부했다"면서 그린피스 재팬 성명 중 '일본 정부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기술을 사용하기보다는 태평양에 물을 버리는 가장 저렴한 방법을 택했다'는 부분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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