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국가공인 조국 똘마니?"
이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상대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남양주시 병) 국회의원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패소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의 일부다.
지난해 6월22일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기사 링크를 올리며 김 의원을 질타했다. 링크된 기사는 김 의원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사상 최악의 검찰총장'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다뤘다.
이에 빗대 진 전 교수도 김 의원을 향해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벌써 레임덕? 누가 조국 똘마니 아니랄까 봐. 사상 최악의 국회의원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랑 김남국은 절대 국회 들여놓으면 안 된다고 했던 겁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상황이 무척 다급한가 봐요. 아무래도 라임사태가 심상치 않은 모양입니다. 연결고리가 체포되니, 일제히 발악을 하듯이 과잉반응을 하네요. 이 친구(김용민 의원), 맘이 다급해서 자기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도 몰라요"라고 썼다.
또 "윤 총장이 사상최악의 총장이라면, 인사검증을 맡았던 조국 민정수석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으세요. 청문회에서 윤석열 옹호했던 너희 당이나 통렬히 꾸짖구요. 그리고 "사상최악의 검찰총장"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준엄하게 임명책임을 추궁하세요"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우리 김용민 의원이 "사상최악의 총장"을 임명한 데에 대해 임명책임을 지시랍니다. 최악의 선택이었답니다. 이런 인사참사를 빚은 데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셔야겠어요"라며 "레임덕이 시작됐나 봅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초선의원이 감히 대통령의 인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서다니"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용민(더불어민주당, 남양주시 병) 의원은 "명예가 심각히 훼손됐다"면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2명을 선임해 지난해 7월6일 손배소를 제기했다.
소장을 통해 김 의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 및 2020년 6월22일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다.
김 의원은 "(진 전 교수가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고 모욕적이며 불쾌하게 느껴지도록 표현했다", "마치 라임사태 관련 수사에 깊숙이 관여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드러내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 "라임사태 관련해 특정인을 맹종해 감싸고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국 똘마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초선의원이라는 부분은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협하고 인격권을 침해해 정당한 사회적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변호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은 채 사실관계에 대한 답변서를 한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진 전 교수는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할 때 김 의원이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제2기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한 사실, 조국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조 후보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당시 야당 소속 국회의원(주광덕 전 의원)의 지역구(남양주 병)에 김 의원이 공천받은 사실, 그러한 공천에 대해 언론은 주 전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한 이른바 자객공천이라고 평가한 사실 등을 근거로 '김 의원은 조국을 대리해 활동하는 자'라고 판단하고 '똘마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의정부지법 남양주시법원 소액2단독 조해근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똘마니의 사전적 의미는 '범죄집단 따위의 조직에서 부림을 당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국회의원이 범죄집단의 조직원이 아닌 것은 명백하고,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춰보면 피고도 원고를 범죄집단 내의 조직원으로 지칭해 '똘마니'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전적 의미로는 피고가 똘마니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판사는 "그런데 사회 일반에서는, 가치체계를 공유하거나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들 중 후속참가자나 나이 어린 자, 하위직급자 등을 그들보다 연장자이거나 상위직급자 등에 대비해 희화하거나 부정적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 '똘마니'라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가치체계나 목표 등의 공통점과는 관계없이 단순히 희화적 표현으로 똘마니 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똘마니라는 표현은 원고에 대한 희화의 의미와 원고의 정치이력 및 정치활동에 대한 피고의 의견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판결문에는 헌법 제21조 언론의 자유에서 '사상·의견을 표명·전달할 자유'도 강조됐다.
조 판사는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의 공적 영역에서의 언행이나 관계 등 관심 사안은 그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해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되고 검증되고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 통상의 공직자보다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에 대한 비판도 더 폭넓게 수인(受忍:참고 받아들임)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회일반의 인식 및 언어 사용례에 비춰보면 피고가 원고를 '조국 똘마니'라고 표현한 것은 원고에 대한 정당한 비판, 원고의 정치활동에 대한 의견 표명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뒤 "피고는 '…아니랄까 봐'라는 유보적 표현을 사용해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그대로 강요하거나 단정하지도 않고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가 김 의원을 향해 '사상 최악의 국회의원'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 판사는 "의견을 강조하는 수사로서의 의미가 있을 뿐, 그 자체로 사실을 적시한 표현이거나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가 악의적으로 원고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라임사태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조 판사는 "이는 정치인에 대한 일반적 의문 제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조 판사는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는 인격권과 명예권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원고와 같은 정치인의 정치활동이나 정치적 견해표명 활동은 모두 공개되고,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는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원고의 지위, 일반인의 인식 등에 비춰보면 '조국 똘마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초선의원'이라는 표현은 헌법 제10조에서 정한 원고의 일반적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을 침해할 정도라고 볼 수 없다.
그러면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은 민사소송법 제98조를 적용해 원고가 모두 부담해라"고 안내했다.
김 의원이 불복할 경우 항소심은 의정부지법에서 열리지만 현재까지 항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