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수표 판별에 걸리는 시간 계산한 지능범의 수법...그리고 반전

입력 2021.03.17 06:00수정 2021.03.17 10:36
상품권을 위조수표로 산 후에...
위조수표 판별에 걸리는 시간 계산한 지능범의 수법...그리고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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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상품권 구입 대금 수억원을 위조수표로 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부장판사는 사기, 위조유가증권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5년 6~7월 공범 B씨, C씨와 함께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상품권 판매업자들에게서 3억14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한 뒤 대금을 위조수표로 지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시중은행에 위조된 수표를 입금하면 은행이 위조 여부를 판별하는데 하루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위조수표를 퀵서비스 기사에게 시켜 은행에 입금토록 한 혐의도 받는다. A씨를 제외한 공범들은 범행 현장에서 체포돼 2016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변 부장판사는 "A씨가 유사 범행으로 과거 수차례 처벌받고 범행 현장에서 공범들이 체포될 당시 근처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은 A씨의 범행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변 부장판사는 또 "수사기관이 목격자에게 A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시하며 '이 사람이 상품권을 교환한 자가 맞는 것 같다'는 진술을 확보했는데 해당 진술은 적법 절차로 확보한 증거가 아니다"며 "공범들이 'A씨가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변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이 A씨의 휴대폰 위치추적, 폐쇄회로(CC)TV 영상, 참고인 조사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도 A씨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A씨를 용의자로 인식한 지 3년 8개월이 지나서야 공소를 제기했는데 이렇게 늦게 기소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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