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보겸이 자신의 ‘보이루’란 표현이 여성혐오 용어라는 철학박사 윤지선 교수의 논문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 지원센터에 신고하는 등 강경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겸은 전날 유튜브 채널에 ‘페미니스트 윤지선 교수님 사과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제목과 달리 영상에서는 보겸이 해당 논문에 대한 철회 등을 요청하기 위해 대전에 있는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 지원센터를 찾은 모습이 담겨 있다.
지난해 신설된 연구윤리 지원센터는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설립한 연구윤리 전담 조직으로, 연구 부정 사건 등에 대한 조사·처분을 담당한다.
보겸이 문제 삼는 것은 2019년 철학연구회가 발행한 학술잡지에 윤 교수가 게재한 “‘관음충’의 발생학‘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해당 논문에는 ”보겸이라는 유튜버에 의해 전파된 ’보이루‘란 용어는 XX+하이의 합성어로, 초등학교 남학생부터 20~30대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여성혐오용어 놀이의 유행어처럼 사용됐다“고 기재돼 있다.
이에 보겸은 ‘보겸+하이루’의 합성어일 뿐, 여자 생식기를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보겸은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 지원센터를 직접 찾아가 논문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 직원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논문을 쓴 당시 소속기관이 1차 검증 주체”라며 책임을 당시 윤 교수가 재직했던 가톨릭대로 돌렸다. 하지만 가톨릭대도 윤 교수가 현재 가톨릭대 소속이 아니라는 답변만 했고, 철학연구회 측도 전임 회장에 있었던 일이어서 알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겸은 “유튜버라서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냥 해결 안 되는 거다. 자존심 세거나 수치심을 세게 느끼는 분들은 극단적인 선택 각”이라며 “일주일 동안 영상 안 올린 게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싶어 멍 때리고 가만히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국연구재단을 향해 “준정부기관에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한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라며 “생긴지 얼마 안 된 데다 일거리 넘기려고 하는데 일하셔야 한다. 제가 신고 안할 줄 아시는데 공문까지 준비했는데 접수하면서 하나하나씩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암시했다.
유튜브 채널 ‘킴킴변호사’를 운영하는 김호인 변호사는 “보이루라는 표현을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걸로 확정한다면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만약 보겸님이 윤지선 교수를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고소한다면 충분히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거라 본다”고 밝혔다.
김상균 변호사도 “허위사실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는 ‘보이루’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겸님이 본인의 콘텐츠를 갖고 증명하면 된다”며 “논문은 출판물에 의한 것이기에 유죄로 판단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논문 저자인 윤 교수는 지난달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든 용어가 어떻게 여성혐오 용어로 확대, 전파됐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유튜버 보겸은 이를 지적한 이들을 오히려 ‘남성 혐오자’로 왜곡하고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집단 공격을 시도했다”며 “문제를 비가시화하며 교실 속 성차별을 심각하게 만들었던 이 방식은 그대로 드러난다”고 주장하며 ‘보이루’라는 표현은 여성혐오 용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