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에 취업한 퇴역군인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이 요즘...

입력 2021.03.09 09:43수정 2021.03.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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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에 취업한 퇴역군인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이 요즘...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LH에 취업한 퇴역군인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이 요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높은 보상금을 노리고 희귀수종을 토지에 심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LH직원이 매입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토지에 심어진 왕버들나무의 모습. 2021.3.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세종=뉴스1) 특별취재팀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정보가 군부대를 통해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조사대상을 군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양 원흥지구 도면유출자는 영관급 퇴역군인?…"군부대 조사 확대해야"

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2018년 3월 LH 대외비였던 '고양권 동남권개발계획서'를 부동산개발업자에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이는 당시 LH가 전문위원으로 채용한 영관급 퇴역군인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은 정부와 LH가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염두에 둔 고양 원흥지구의 위치와 입지 정보 등 핵심 내용이 포함됐다. A씨는 "군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LH 신도시 담당부서 직원에게 보고서를 받아 개발계획이 담긴 도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고, 이를 2주 뒤 한 부동산개발업자에게 전달했다. 이후 해당 자료는 여러 경로를 통해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까지 공개됐다.

문제가 커지자 국토교통부와 LH는 고양 원흥지구 개발계획을 보류했지만 이듬해 5월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고양 창릉지구 부지가 유출된 도면과 60% 이상 겹쳐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군부대는 고도제한 문제를 비롯해 대형 개발계획 추진과정에서 의사 결정자로 많이 참여하는 만큼 유출의혹 조사에서 배제될 수 없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LH 직원과 관련된 추가 투기 의혹도 드러났다. 이날 언론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2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농지 4042㎡를 18억3500만원에 매입했다. 매입 과정에서 B씨와 C씨가 토지의 공동 소유주로 이름을 올렸다. 매입자금 대부분은 A씨가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토지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A씨의 토지는 북시흥농협으로부터 14억3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북시흥농협은 LH 전·현직 직원들에게 농지를 담보로 50억원이 넘게 대출해준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공동소유주 B씨의 이름이 현재 사전투기 조사대상인 LH 직원 D씨의 토지등기부등본에서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D씨가 2019년 6월3일 매입한 과림동 2739㎡ 농지(매입가 10억3000만원)의 공동소유주가 바로 B씨다. 결국 B씨를 통해 A씨와 직원 D씨가 연결되는 셈이다. A씨의 토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직원 D씨의 토지와 마주 보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서도 규제 발표 직후 10억원 넘는 돈을 빌려 농지를 사는 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 신도시 지정 개발될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광명시 공무원의 투기 의혹도 불거졌다. 광명시 관계자는 "시 소속 6급 공무원 1명이 가족 3명과 공동명의로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 800㎡를 4억3000만원을 주고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지만 이 직원이 사전 개발 정보를 입수하고 토지를 매입한 것인지를 포함해 투기성 여부는 추가 조사를 해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H직원 투기의혹 땅 연결된 민간인, 인접 농지 14억 주고 매입

이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이 도시개발 관련 부서에 근무했거나 현재 하고 있지는 않다"며 "9일 감사부서에서 이 직원을 대상으로 토지 취득과정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광명시 소속 공무원이 매입한 토지는 임야로, 수원∼광명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으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KTX) 광명역과 3㎞가량 떨어져 있다. 다만 해당 공무원은 토지 매입 시기가 신도시 조성계획 발표 훨씬 전으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땅투기 의혹의 이면엔 일반인도 손쉽게 농지를 구매할 수 있는 현행법의 허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다.

농지를 매입하려면 어떤 작물을 심을 예정인지 등이 적힌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하지만 1000㎡ 미만 소규모 농지에 대해서만은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인도 누구나 간편하게 농지를 매입해 ‘알박기’가 가능해 LH 직원들 사례처럼 소규모 농지를 매입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을 때 보상을 노리는 방식에 대해선 막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주택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토지 면적 기준을 1000㎡에서 400㎡로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준에만 부합하면 100% 분양권을 준다. 입법예고 대로라면 농업경영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소규모 농지가 수억대의 아파트로 둔갑할 수 있다.


농사 목적인지 투기 목적인지 여부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점도 현행 농지법의 허점이다. 6개월 이내 처분 명령이 떨어지고 이조차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만 나무만 심어놔도 ‘조경’으로 인정된다는 맹점이 있다. 농지 구매 시 농업경영계획서에 벼를 심는다고 해놓고 다른 작물을 심는 행위도 불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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