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2018년 10월 11일 병원 응급실에서 첫 아이를 출산한 A씨(22·여)는 큰 충격에 빠졌다.
가뜩이나 아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기의 구강운동 기능에 장애가 있고, 주기적으로 무호흡증을 동반하는 ‘전전뇌증’이란 희귀병을 갖고 태어났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절망했지만, 아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2차례 입원치료를 했고, 짧으면 이틀 간격으로 오는 무호흡 증상이 두려워 아기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남편도 없는 상황에서 기형아를 혼자 돌보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2019년 5월 4일. 스스로 지쳐 자모원에 맡겼던 아이를 대전 대덕구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 집으로 데려간 날 비극이 시작됐다.
이날 오후 11시 18분 늦은 밤 아기를 홀로 남겨둔 채 집을 나선 A씨는 다음 날 오전 10시 28분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고, 유기치사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무려 11시간이나 집에 방치된 아기는 생후 7개월의 짧은 생을 살다 끝내 숨졌고, A씨 언니가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희귀병이 있는 아기를 아무도 없는 집에 11시간이나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양육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의 무책임한 행동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만들었지만, 자신이 낳은 아기를 한순간의 잘못으로 떠나보낸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참작해 판단했다고 했다.
검찰은 1심 판결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곤 항소심 과정에서 "아기가 그 짧은 시간에 숨을 거두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고, 무호흡증이 오더라도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고의로 아기의 사망을 유도한 것은 아닌지를 집중 질타했다. 특히 A씨가 외출 사실을 가족 중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점, 당시 가족들 모두 집을 비웠던 점, 아기를 조금만 방치해도 문제가 생길 것이란 사실을 옆에서 돌봐온 A씨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원치 않는 임신에 애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못마땅해 했다. 밤늦게 돌봐달라고 할 여력이 없었다"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재판부가 살핀 증거들 속에서 A씨는 자신의 실수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아닌, 혐의를 부인하기 급급한 죄인으로 보였다.
결국 항소심을 심리한 대전고법 제3형사부는 2020년 8월 28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파부는 "아이를 유기한 경위와 내용이 매우 불량하고, 장기간 방치한다면 사망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아이가 숨진 당시 아이를 잃은 슬픔보다 혐의를 부인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미혼모로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정성으로 돌봐온 점 등 A씨에게 유리한 정상을 고려해 원심의 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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