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지난해 9월7일 오후 1시쯤 경남 남해군 남해읍 한 원룸에서 큰 고함소리가 들렸다. 원룸 안에 있던 A씨(20)와 B씨(20)에게 무슨 사단이 난 게 분명했다.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온 A씨의 형은 현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바다가 된 원룸 안에 서 있는 동생 A씨 오른손엔 흉기가 들려 있었다.
B씨는 온 몸이 흉기에 찔려 과다출혈로 이미 위독한 상태였다. A씨의 형이 119에 신고해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흉기를 휘두른 A씨와 숨을 거둔 B씨는 2019년 같은 대학을 다니며, 4개월여 원룸에서 동고동락을 함께한 친구 사이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의 제의로 원룸에서 같이 살게 된 A씨는 처음 마음과는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B씨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됐다.
월세 절반을 부담하겠다는 약속도 어기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의 형을 조롱하는 어투에, 심지어 돌아가신 자신의 부모님까지 욕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4개월여 지속된 B씨의 괴롭힘에 화가 치밀어 오를 대로 오른 A씨는 결국 B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살인을 계획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던 식당에서 흉기를 챙겨 원룸으로 향했다.
그러나 B씨가 보이지 않자 화를 누그러 트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서도 흉기는 장롱 위에 놓아뒀다.
다음날 이런 상황을 모르던 B씨는 대낮부터 A씨에게 시비를 걸어댔다. 이에 A씨가 “나가달라” 말했고, B씨는 되레 화를 내면서 팔로 목을 조르며 다시 괴롭혔다. 입으로는 돌아가신 부모를 빗댄 욕을 했다.
참고 참다가 이성의 끈을 놓은 A씨는 장롱 위에 있던 흉기를 꺼내 등을 돌려 누워 있던 B씨의 급소를 노려 흉기를 휘둘렀지만 빗나갔다. 놀라 몸을 일으키는 B씨에게 재차 흉기를 휘둘러 가슴과 등을 비롯한 온몸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이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평소에 A씨를 괴롭혔다고 해도 타인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살인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가장 중대한 범죄”라며 “B씨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나, 현재까지 유족과 합의된 바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