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꽝!꽝! 면세점 돌진한 만취운전, 이유가 기막혀

입력 2021.02.20 07:00수정 2021.02.20 10:49
꽝!꽝!꽝! 면세점 돌진한 만취운전, 이유가 기막혀
© News1 DB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쾅! 쾅! 쾅! 쾅!"

2019년 12월14일 오후 3시45분쯤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면세점을 향해 고급 외제차가 돌진했다. 이 차는 면세점을 4번이나 들이받으며 출입문과 유리벽을 깨뜨렸다. 실수나 급발진으로는 보기 힘들었다.

차에서 불이 났다. 이 광경을 목격한 A씨는 운전자 유모씨(46)를 구하기 위해 차량 밖으로 나오라고 안내했지만 유씨는 오히려 욕을 하며 주먹으로 A씨의 머리를 때렸다.

차에서 내린 유씨는 면세점 2층으로 올라갔다. 유씨는 면세점 대표 B씨를 찾으면서 유리 진열대를 발로 차 부쉈다.

당시 1층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하던 이 일로 직원은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스트레스 증세를 보였다.

유씨는 어쩌다 이런 난폭 행동을 한 것일까. 배경에는 '채무 관계'가 있었다.

여행사 직원인 외국 국적의 유씨는 B씨로부터 업무상 1억원을 빌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B씨가 "돈을 갚거나 채무에 대한 담보를 설정해달라"고 요구하자 유씨는 앙심을 품게 됐다.

그러다 사건 발생 직전 해당 면세점 인근에서 술을 마시던 유씨는 차를 타고 B씨의 면세점 건물에 돌진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유씨는 혈중알콜농도 0.078%의 상태로 면세점까지 약 7㎞를 운전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는 여러 시민을 다치게 했다.

술에 취한 유씨는 운전하며 C씨가 운전하는 화물차 적재함 부분을 들이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다음에는 황색실선의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로 역주행하며 교차로를 통과하던 중 D씨가 운전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았지만 그대로 직진해 나갔다.

유씨는 맞은편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인 E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쪽으로 돌진해 E씨는 도로로 넘어지기도 했다. 또 유씨는 자신의 우측에서 달리던 F씨의 승용차를 부분을 들이받기도 했다.

D씨의 동승자 G씨, E씨, F씨, F씨의 동승자 H·I씨는 각각 목과 가슴 통증을 호소했지만 유씨는 이를 모두 무시한 채 면세점으로 계속 돌진했다.

불과 15분 사이에 총 10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일로 구속된 유씨는 결국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특수재물손괴, 재물손괴, 폭행, 특수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특수상해 등 9가지 죄목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이승원)은 지난해 10월 유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A씨를 때린 폭행 혐의는 A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해와 공소가 기각됐다.

1심 재판부는 "경위를 불문하고 유씨의 행위는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하고 피해자 B씨는 유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피해자 4명과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씨는 당시 우울증과 음주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고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지난 9일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유씨가 범행 당시 술은 마신 상태였고 주요 우울장애로 진료를 받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이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