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자금 내역 보는 것도 고통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대로 몰락하는 것 아닌가, 다시 못 일어서는 것 아닌가 두려움이 너무 많고요."
서울 성북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최재영씨(48·가명)의 목소리에는 짙은 절망감이 배어 있었다. 설 연휴 전날인 10일 뉴스1과 통화한 최씨는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업종이 PC방일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 1년은 매우 가혹한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혹독한 시기는 지난해 8~9월. 당시 수도권의 방역조치가 상향조정되면서 PC방은 고위험시설 12업종에 포함돼 한달여간 영업이 금지됐다. 이후 영업이 다시 허용됐지만 또 한달 가까이 음식물 판매 금지, 흡연실 사용 금지, 한 칸 띄어앉기 등의 제한을 받았다.
첫 영업금지 기간의 매출은 제로, 이후 제한 기간의 매출도 평소의 20%에 머물렀다. 최씨는 "정부의 제한조치는 식당에 비유하자면 손님이 몰리는 낮 12시부터 2시까지의 점심시간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의 저녁시간에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임대료나 인건비 같은 운영비는 고스란히 나갔다는 사실이다. 최씨는 이 기간 PC방 두 곳을 운영하며 총 5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두 달간 가족 생활비 1000만원과 대출상환비용 1400만원을 더했더니 7500만원 가까운 빚이 생겼다.
빚을 갚기 위해 그는 전세로 살던 40평대 아파트를 나와 13평짜리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같이 살던 자녀들은 부모님 집에 맡겼다. 이혼 이후에도 가끔 소식을 주고받던 전 아내와도 연락이 끊어졌다.
"40평짜리 아파트 살다가 실평수 8평에서 살아보세요. 나이 50에 어떤 마음이 드는지. 경제적으로 조금씩 나아져 이제 살만큼 됐다는 생각이 들 무렵 모든 게 무너져 버렸어요."
그럼에도 'PC방을 두 개나 운영하는 부자'라는 시선 때문에도 괴롭다고 그는 호소했다. 그는 "PC방 한 곳의 연 매출이 4억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놀라는데 PC방은 인건비, 임대료, 인터넷·전기·게임비용, 먹거리 매입 비용, 대출금 상환비 등 지출이 매우 많기 때문에 남는 것이 무척 적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부터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 조치가 내려져 최씨는 또 다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8~9월만큼은 아니라도 12월부터 이달까지 총 4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어디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서…연이율 15~16%의 카드 대출도 다 끌어쓰고 있어요. 빚이 얼마까지 늘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최씨는 영업이 금지된 밤 9시 이후에도 불을 켜두는 오픈시위에 얼마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PC방을 포함한 자영업·중소상인 단체들은 2일부터 무기한 오픈시위를 하고 있다. 손님은 받지 않되 불을 켜거나 문은 열어두는 시위다.
최씨는 정부가 자영업자에게만 방역 비용을 분담시키고 있어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한 해 전체 감염자의 70%가 국가기관이나 회사, 산업체에서 나오고 자영업 시설에서는 20%도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방역정책의 초점이 자영업에 몰려 있어 억울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2일 주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도 의료계 교수들은 "국가가 문을 닫게 하고 보상은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거리두기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가장 필요한 정부 대책으로 소급 적용되는 손실 보상을 꼽았다. 그는 "다른 PC방도 피해액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를테니 100만~2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은 받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주머니는 화수분이 아니다'고 했는데 자영업자의 주머니도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손실 보상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