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길우 객원대기자 = 정치는 생물이다. 살아 움직이기에 예측하기도 어렵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는 일이 흔하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의 관계도 그렇다. 9년 전 당시 변호사였던 금태섭은 대선 출마를 꿈꾸던 안철수 캠프에 들어갔다. “안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그가 실제로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고, 그는 그것을 하고 있었다고 느꼈다.”
시간이 흘러 정치인 금태섭은 안철수의 비판자가 됐다. 안 예비후보에 대해 ‘원칙을 지키지만,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제3지대 후보 단일화를 위해 첫번째 외길에서 만나게 됐다. 두차례 맞짱 토론을 거쳐 한 명이 탈락하는 데스매치다. 금 후보가 제시한 단일화 방안이다. 안 후보는 현재 야당 후보로는 지지율 1위이고, 금 후보는 한 자리 지지율에서 맴돌고 있다. 둘 간의 맞짱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 후보는 안 후보를 이길 비책이 있는 것일까?
◇판사였던 아버지 박정희 정권때 사법부 독립 외치다 사직
금태섭은 2대에 걸친 법조인 집안이다. 판사인 아버지는 박정희 독재 아래 사법부 독립을 외치다가 판사를 그만둬야 했다. 아들은 검찰에 변화를 요구하는 칼럼을 <한겨레신문>에 쓰다가 밀려나듯 사표를 써야했다. 금태섭은 누가 봐도 편한 인상의 소유자다. 잘 웃는다. 스스로 검사 생활 12년간 피의자에게 욕설 한번 안 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순한 말로 취조를 했어도 오전 2시 자백을 받은 피의지와는 결코 친한 사이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검사라고 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는 최근 ‘인싸’들의 놀이터로 부각되고 있는 오디오기반 SNS클럽하우스에 등장하려고 준비중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그가 이전에 못다 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 2006년에 <한겨레신문>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다가 문제가 돼서 검찰을 떠나게 됐다. 지금도 궁금하다. 실제로 어떤 내용을 쓰려고 했나?”
-당시 12년째 검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검찰 개혁이 화두였다. 내가 속한 조직이 신뢰를 잃고 개혁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검사가 신뢰를 찾는 길이라고 생각해 신문에 글을 쓰기 시작, 1회를 게재했는데 상부에서 반대했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진술 거부권이 있고, 변호인 입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알리려고 했다. 또 조서에 도장을 찍을 의무도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지만, 검찰 조사실의 현실은 달랐다. 검사가 강압적으로 진술을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압력을 가했나?”
-대검에서 반성문 초안을 직접 작성해서 나에게 보냈다. 나 때문에 검찰 조직원들이 마음을 상할 수 있으니 해명하는 글을 쓰라고 했다. 대검에서 내부 통신망에 올리기 전에 내가 쓸 반성문을 내 대신 A4용지 2장 정도로 가득 채워서 보낸 것이다. 첫 줄을 아직도 기억한다. ‘제가 경험도 없고, 어리석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당시 내가 올바른 일을 했고, 이런 반성문은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부장검사는 나를 방어하느라고 일주일간 고초를 겪었다. 부장 검사도 반성문을 쓰지 말라고 했다.
◇검사땐 신문 칼럼 기고 미운털…의원땐 공수처 표결 당론 외면 미운털
“당시 검찰 수뇌부가 요구한 반성문 문안은 공개했나?”
-안했다. 조직의 논리는 한 사람이 이견이나 의견 내는 것을 싫어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검찰 조직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했고, 지휘부는 자신의 권위를 위협했다고 싫어했다. 나를 꺾어야 조직이 산다고 봤다. 민주당의 나에 대한 징계도 마찬가지이다. 공수처 표결에 나 하나 찬성 안 한다고 해서 공수처 설치가 저지당한 것도 아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집요하게 공개 사과하라고 지도부에서 요구했다. 나는 정당의 민주성이 크게 훼손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당직자들이 기자들을 만나 금 의원이 사과하면 공천을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애초 어떤 동기로 검사할 생각을 했나? ”
-아버지가 판사하시다가 사법파동으로 유신 때 쫓겨나셨다. 아버지 영향으로 판사를 한때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어릴 때 꿈은 탐정이었다. 사립탐정… 탐정 대신 검사 생활을 했다. 재미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평생 검사할 생각이었다. 12년 검사 생활하면서 한번도 피의자에게 욕설한 적이 없다. 나름대로 설득도 잘하고, 자백도 잘 받았다. 수사나 기획 업무서 능력도 인정받았다.
“아버님이 사법파동으로 물러났다. 아버지도 소신 있는 분인가?”
-그때 자료 화면을 보면 아버지가 판사 대표로 대법원장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판사 재임용에 탈락했다. 아버지는 당신이 정치적으로 강력한 의견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강경파가 나서면 오해 살 것 같아서 당신이 나섰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스스로를 강경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겁이 많은데 여기서 용기를 내지 못하면 후회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 소신의 동기다.
“아버님이 후배 법조인 아들에게 충고를 한 적 있나?”
-아버지는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 주셨다. 법률가가 갈 길은 외로운 길이니, 자기 판단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법률가들도 기억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시류나 정치 상황이나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법률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소수자 보호다. 사회에서 소외받거나, 멸시받는 이들도 보호해야 한다.
“변호사를 하다가 ‘무언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시간을 갖고 도모하는 편인가? 아니면 충동적으로 뛰어드는 편인가?
-중간쯤이다. 당시 사회가 합리적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12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씨가 도와달라고 했다. 당시 새롭고 합리적인 그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무언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본인은 소신이 있다고 생각하나?”
-겁이 많은 편이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용기를 쥐어 짠다. 이 순간 용기를 내지 못하면 나중에 굉장히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대 국회의원 시절에 <82년생 김지영>을 300권을 사서 모든 국회의원에게 나눠준 적이 있다. 당시는 미투가 부각 안될 때인데, 왜 그랬나?”
-미투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평소 성평등 문제에 관심 많아서 돌렸다.
◇부동산 정책을 승패로 보는 풍토…서울시 문제 행정 아닌 정치라 생각
“검사와 변호사를 거쳐 정치판에 들어와 국회의원도 했다. 이제 행정가인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한다. 어떤 동기인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편 가르기와 적대감이 위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민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전세 대란이 일어나면, 서민 생활이 어렵다. 민주당 정책이니까, 정책 자체를 신성시 하며 변경을 안 하려고 한다.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이를 승패의 문제로 본다. 부동산 대책이 잘못될 수도 있으나 진영 논리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다. 이번 선거와 내년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 변화를 일으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할 때는 서울시장은 대도시 행정가라고 생각해 관심이 없었다. 지금 서울시 문제는 행정이 아니라 정치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안 후보보다 서울 시장에 적합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안 후보와는 개인적 인연도 있다. 내가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게 한 계기가 됐다. 안 후보는 개인적 성취도 했고, 정치사에서 발자취를 남겼다. 내가 안 후보의 대선 출마를 도운 것이 2012년이니 9년 전이다. 안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2027년 대선에 후보로 나올 것이다. 그럼 15년 동안 우리 사회는 안 변하는 것이다. 안 후보가 여러 성취를 하긴 했지만, 실제 우리 정치판에 변화를 이끌었나? 2012년 당시의 문제 의식을 지금도 그대로 갖고 있다. 내가 당선되면 제대로 된 큰 변화 일으킬 수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질문하겠다. 누구보다 안철수 후보를 잘 아는 측근이라고 볼 수 있다. 안 후보가 서울 시장에 당선되면 안된다고 보나?”
-정치인은 항상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야 한다. 안 후보는 그런 순간 정확한 판단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너라면 잘했냐?’라고 물을 수 있다. 자신있게 나도 말은 못한다. 10년 전 정치에 뛰어든 인물이 나름 역할을 했으면, 이제 새로운 인물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이전에 쓴 책에서 ‘운명은 뛰어드는 사람에게 화답한다’고 했다. 서울 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운명은 어떤 식으로 화답할 것 같나?”
-출마를 결심하기 전에 가까운 분들과 많은 고민을 나누었다.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은 시장 당선이 어렵지 않냐, 잠자코 있다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거나, 다른 기회를 기다리라고 했다. 내가 정치인으로서 나이가 들어 손주들한테 이야기할 때,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노력을 해 변화 끌어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운명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지율이 한 자릿수다. 혹시 본인이 가진 반전의 비밀 무기가 있나?”
-그런 묘수가 있기는 어렵다. 출마선언이 주요 후보들 가운데 가장 늦었다. 무소속 후보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국민의힘과 안 후보가 후보단일화 문제로 교착상태로 빠져있을 때 제3지대 경선을 따로 하자고 해서 돌파구를 열었다. 단번에 해결했다. 내 좌우명은 ‘내일 무슨 일 생길지 몰라’다.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 선거가 얼마 안 남았지만 변화의 계기가 생길 것이다. 비록 이번에 실패하더라고 후배가 하면 된다. 그것이 정치인으로 뛰어든 보람이다.
◇서울시 디지털 부시장 필요…자영업자에 월200만원 6개월간 지원
“이번 서울 시장의 임기는 불과 1년3개월이다. 특별히 내세우는 공약은 무엇인가?”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화두이긴 한데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다. 1년여간의 짧은 임기 중에는 해결이 쉽지 않다. 공격적인 공급 정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후보들과 차이가 없다. 부동산 문제 외에 말고 두 가지를 하려고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방역 경험을 보면 위기 대응 상황에서 ‘디지털 부시장’ 필요하다고 본다. 처음 코로나가 닥쳤을 때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시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의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공공 빅데이터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서 패닉 현상을 막아야 한다. 빅데이터를 모든 업무에 연계하면 위기 대응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고 시민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또 자영업자들에게 6개월간 월 200만원을 정기적으로 지원을 하려고 한다. 자영업자들이 버티게 해야 일자리 지킬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이길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필요하다. 단일화 과정을 제안한 것은 보수층 유권자와 중도층 유권자를 함께 갈 수 있도록 묶어 내야 했다. 안 후보와의 제3지대 경선이 끝나면, 정교한 통합 작업을 해야 한다. 야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 신뢰를 안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논의 수준으로는 변화를 이끌기에는 턱도 없다. 큰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
“검찰 출신으로 최근의 검찰 인사를 어떻게 판단하나?”
-문재인 정부가 받는 비판 중 가장 뼈 아픈 것이 ‘청와대 정부’라는 것이다. 누가 장관이 되더라도 바뀌지 않는다. 박범계 장관이 인사를 했는데 전임 추미애 장관과 전혀 다르지 않다. 왜 방향 전환을 못하고, 유연성이 없는지, 실수와 시행착오를 인정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김명수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은?”
-충격적일 정도로 실망이다. 이전에 칼럼 문제로 검찰 수뇌부에 혼도 나고, 대화도 하고, 검찰총장과 대화도 많이 했다. 그런 과정에서 밖에서 거짓말을 할 것이란 걸 상상도 못했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이고 상징적인데 대단한 충격이다.
“원전 수사는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공무원이 한밤중에 자료 없애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느 나라 가더라도 중형 선고감이다. 정책 사안이고, 공약이라고 수사 안하면 다음에 어떡할 것인가?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 있으면 또 그런 이유를 댈 것이다.
◇읽는 책의 80%가 소설…통찰을 얻는다면 멋진 연애소설 쓰고 싶다
“정치인 금태섭은 장기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고, 국민의힘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대단히 많다. 그들의 상당 부분은 목소리를 내기 힘든 힘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정당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보수 진보의 양극단 세력에서 벗어나서 소통할 수 있고 논의할 수 있는 합리적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쓰고 싶은 책이 있나?”
-읽는 책의 80% 이상이 소설이다. 법이나 정치 할 때나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소설에서 영감을 얻는다. 통찰이 생긴다면 멋진 연애소설을 쓰는 게 꿈이다.
“언제 행복감을 느끼나?”
-소설을 읽을 때 많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