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요양병원 입원에 반발한 아버지를 침대에 묶고, 입에 수건을 물려 죽게 해 재판에 넘겨진 가족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이정환 정수진)는 존속체포치사 혐의로 기소된 아들 A씨(39)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2년6개월을 아내 B씨(67·여)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27일 오후4시 A씨와 B씨는 요양병원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도중 피해자 C씨(71)를 제지하기 위해, C씨의 얼굴을 붕대로 감고 침대에 묶는 등의 방법으로 결박한 후 약 15분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요양병원에 보내겠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가 먼저 가족들에게 지팡이를 던지고, 발로 차는 등 소란을 피웠다"며 "사전에 어머니와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고혈압, 부정맥, 심근비대 등 심장질환 등의 지병을 앓고 있어 이 질환이 사망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건 자체도 공기가 통하며 수건과 입사이에도 공간이 있어,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피고인들이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가 혼자 움직이다가 몸을 다치는 사태가 생길 것을 우려해 팔과 다리를 압박붕대로 묶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들은 압박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매우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장기간 동안 피해자를 돌봐왔던 것으로 보이고, 다른 가족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 등과 검찰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잘 알면서도, 과도하게 결박하고 입을 막은 후 방치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이르게 했다"며 "다만 피해자는 오래전부터 가족들에게 자주 가정폭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검 담당 법의관의 소견, 피해자의 지병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행위와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며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