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에 화들짝…결국 골드만·CS 공매도 대거 청산

입력 2021.02.07 06:02수정 2021.02.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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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에 화들짝…결국 골드만·CS 공매도 대거 청산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이동하고 있다.202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박응진 기자 =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는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 대상 종목으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꼽은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가 두 종목의 공매도 포지션을 대거 청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게임스톱을 놓고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 헤지펀드들간 혈투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게임스톱 주가 폭등으로 공매도 헤지펀드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자 혹시나 모를 리스크(위험) 줄이기 차원에서 쇼트커버링(공매도 대차 잔고 상환을 위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 권익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에 반대하는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지난 1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대거 매수해 '쇼트커버링이냐 아니면 펀드멘탈 투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상당수 쇼트커버링이었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7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CS는 지난 1일 각각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공매도 대량보유자에서 제외됐다. 공매도 대량보유자는 해당 종목 상장주식 총수의 0.5% 이상의 공매도 잔고 물량을 보유한 투자자를 말한다. 공매도 대량보유자는 의무적으로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골드만삭스가 셀트리온 공매도 대량보유자에서 빠진 것은 지난 2018년 1월25일 이후 약 3년만이며 CS가 에이치엘비 공매도 대량보유자에서 제외된 것은 2019년 4월24일 이후 약 1년9개월 만이다.

현재 셀트리온 공매도 대량보유자는 메릴린치·모간스탠리 등 2곳이며 에이치엘비 공매도 대량보유자는 메릴린치·모간스탠리·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3곳이다. 모두 글로벌 IB들이다.

골드만삭스와 CS가 두 종목 공매도 포지션을 대거 정리하면서 두 종목의 공매도 잔고와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도 크게 줄었다.

지난 1일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492만3666주로 전일대비 100만주 가량 급감했다. 그 결과 공매도 잔고 비중은 3.65%로 떨어졌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비중이 3%대로 하락한 것은 거래소가 공매도 잔고 현황을 집계한 2016년 6월30일 이후 4년8개월만에 처음이다.

공매도 잔고는 공매도와 관련한 주식을 아직 갚지 않고 남은 물량이다. 공매도 상태인 물량이거나 앞으로 공매도될 대기 물량을 의미한다.

같은날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 수량도 277만6113주로 전일(329만6305주) 대비 52만주가량 줄었다. 공매도 비중은 6.22%에서 5.24%로 하락했다. 그 다음날인 2일에는 4.99%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일 외국인이 셀트리온(3524억원)과 에이치엘비(503억원)를 대량 순매수했는데,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한 쇼트커버링 물량이 상당수였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 골드만삭스 창구에서는 셀트리온을 총 62만8719주 순매수했다. 금액으로는 220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는 골드만삭스 창구 하루 순매수 규모로 역대 최대다.

CS 창구에서는 총 11만3554주의 에이치엘비 순매수 거래가 이뤄졌다. 2019년 10월8일(14만413주) 이후 1년3개월만에 CS 창구 하루 최대 순매수다. 금액으로는 약 100억원에 달해 역대 4위 수준이다.

이날 셀트리온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1위 종목, 에이치엘비는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 2위 종목에 각각 올랐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게임스톱 운동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하고자 미리 포지션을 정리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며칠 사이 공매도 잔고 비중 감소 속도가 빨랐는데,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의 조짐이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비중이 더 이상 줄어들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셀트리온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수익을 이미 확정지은 차익거래 헤지 물량도 상당히 있다고 한다.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아도 되는 물량인 것"이라며 "뉴욕 증시에서 게임스톱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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