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 성실 공무원의 은밀한 사생활, 여자 화장실에서..

입력 2021.02.07 06:00수정 2021.02.07 15:23
몰카 적발되자 "외로워서.." 결국 징역 2년
새벽 출근 성실 공무원의 은밀한 사생활, 여자 화장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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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2020년 6월 24일 오전 6시 10분. 남들보다 이른 하루를 시작한 9급 공무원 A씨(30)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공무원이 된 뒤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출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을 지루하게 생각했던 A씨의 가방 안에는 작은 소형 카메라가 담겨 있었다.

동료들은 새벽같이 출근하는 A씨의 부지런함을 칭찬했다. 근무한지 이제 10개월이었던 신입의 성실함은 모범이 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은밀한 취미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꾸준히 새벽 출근을 했던 A씨는 늘 그렇듯 출근과 동시에 사무실이 아닌 대전 대덕구청 본관 1층 여자 화장실로 향했다. 하루는 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다음 날 수거해 촬영물을 확보했다.

6월 24일 처음으로 카메라를 설치한 뒤 수차례 몰카를 즐기던 A씨는 더 대담해졌다. 몰카 장소를 4층 여자화장실까지 늘렸고, 7월 15일부터 20일까지만 무려 22차례 수시로 드나들었다.

본관 1층 화장실은 일종의 실험대였던 셈이다.

A씨의 범행은 계속됐고, 어느 날은 촬영 각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감이 붙은 A씨는 카메라 위치도 바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절정을 향하던 A씨의 범행은 곧바로 꼬리가 잡혔다. 같은달 20일 “여자화장실에 카메라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통해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A씨의 모습을 확인했다.

A씨의 차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 부품 등이 발견됐다.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는데, 스스로 밝힌 범행 동기는 “외로워서”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들과 합의 중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최후 변론에서는 “모든 피해자분들을 찾아 뵙고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며 뒤늦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A씨의 변호인은 "촬영물을 유포 또는 공유하지 않았고,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씨가 촬영한 영상 또는 사진을 유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무원 신분으로 동료와 시민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4단독은 지난해 11월 13일 A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촬영물을 유포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참작했다.

구형보다 적은 형량에도 검찰은 침묵했지만,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뉘우치겠다던 A씨는 재판부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A씨는 즉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10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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