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결혼 이후 40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다 격분해 살해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60대의 항소가 기각됐다.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재판을 받은 40대 아들에게도 법원은 재차 실형을 선고했다.
28일 오전 10시 부산지방법원 301호 법정에서 부산고법 형사1부(곽병수 부장판사)가 진행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가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66)와 B씨(42)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하자 A씨는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녹색 수의복을 입고 구속재판을 받은 B씨는 고개를 숙인 채 어머니를 쳐다보지 못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A씨는 재판장을 나가면서도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모자 사이인 A씨와 B씨는 지난해 5월12일 울산 남구 신정동 한 아파트에서 남편이자 아버지인 C씨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사건 당일 남편 C씨는 A씨의 목을 조르고 폭행했다. A씨가 요금제 2만5000원에 스마트폰을 구입했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다.
B씨가 집에 온 이후에도 부부간의 다툼은 이어졌다.
결국 C씨가 어머니인 A씨를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B씨는 격분해 C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뒤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했다.
A씨는 아들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집에 있던 염산을 남편에게 붓거나 둔기로 재차 남편의 머리와 배, 가슴 등을 수차례 내려치기도 했다.
사건 이후 남편 C씨가 A씨에게 결혼 이후 40여년 동안 가정 폭력을 휘두른 일도 알려진다. A씨는 자녀들을 생각해 이혼을 하지 못 했다고 진술했다.
5년전에는 C씨가 아들과 손자까지 폭행하자 부부는 별거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C씨가 잘못을 사죄하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4월 재결합하게 된다.
하지만 C씨는 얼마지나지 않아 재차 가정폭력을 휘뒤루면서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울산지법에서 열린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선고 공판에서 배심원 9명 모두 A씨와 B씨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십년간 가정폭력이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해 배심원들이 제시한 형량 중 가장 가벼운 형량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결혼 이후 40여 년간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당해 오면서도 피해자에게 순종하고, 가족의 생계와 자식들, 손자의 양육에 헌신한 점, 피해자의 유족과 이웃들까지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에게는 "피해자가 가족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왔고 이로 인해 가족들이 오랜 기간 고통을 겪어 온 것으로 보이는 점과 사건 당일 피해자가 어머니를 폭행하자 그 동안의 감정이 폭발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선고 이후 검찰과 A씨, B씨 측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8일 오전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중대성, 사건에 이르게된 경위,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결정한 양형 의견을 보면 범행의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형량으로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