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장애아들 화장실에 가둔 엄마, 개 목줄이..

입력 2021.01.24 07:00수정 2021.01.24 10:39
엄마 맞냐?
20살 장애아들 화장실에 가둔 엄마, 개 목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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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정말 아니에요. 제가 그러지 않았어요…."

지난 1월 11일 오후. 재판장이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7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A씨(51·여)는 결국 법정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20살 장애인을 학대·감금해 숨지게 했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던 A씨는 판결이 선고되고 나서야 얼굴을 들고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

"안했다"는 말을 혼잣말처럼 계속 반복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A씨는 자신을 퇴정시키려는 법원 직원들의 손길을 뿌리치며 재판장을 응시했고, "판결은 끝났다"는 호통을 듣고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함께 기소된 B씨(46·여)는 이날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울음을 터뜨렸다. 형량이 늘어서인지, 자신의 손으로 떠나보낸 아들에 대한 미안함 탓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B씨의 아들 C씨(20)를 감금·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8년 12월, C씨를 비롯해 전 남편과 사이에 둔 두 아들 모두 지적장애 2급을 앓고 있던 탓에 혼자 보살피기가 버거워진 B씨는 지원단체를 통해 장애인 활동보조사 A씨를 처음 만났다.

이혼 후 아이들을 조부모 손에 맡겼던 B씨에게 A씨는 큰 힘이 됐다. B씨가 장애등급을 받진 않았지만,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는 점도 A씨에게 더욱 기대도록 하는 원인이 됐다.

A씨가 C씨를 돌보는 방법은 거칠었지만, B씨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굶기고, 1시간이 넘게 무릎을 꿇게 해도, 오히려 벌을 잘 서라고 감시할 정도였다.

그러던 지난 2019년 여름 C씨의 잘못을 하나하나 A씨에게 보고하던 B씨는 A씨와 상의 끝에 체벌에 필요하다며 통나무로 만든 빨래방망이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C씨에 대한 학대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지시와 체벌을 반복하던 이들은 11월 C씨를 화장실에 감금하기에 이르렀다. 화장실 수건걸이에는 개 목줄이 걸려 있었고, C씨가 뛰쳐나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문은 밖에서 잠그도록 개조했다.

C씨의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는 명분이 이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며칠간 화장실에 가둔 채 물조차 마시지 못하게 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문은 항상 B씨의 감시 아래 있었다.

3일간의 감금 끝에 풀려난 C씨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나를 가두고 굶겼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약 2주일간 다시 감금됐다. 화가 난 이들의 폭행도 더욱 거세졌다.

폭행할 때면 이들은 화장실에서 C씨를 끌고 나와 팔다리를 묶고,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입을 막았다.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한 C씨는 2019년 12월 17일 폭행으로 인한 외상성 쇼크로 숨을 거뒀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B씨는 C씨가 숨지기 전 스스로 구급차를 불렀던 만큼 자신의 행동이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A씨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구속 기소된 A씨는 B씨와 달리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평소 자식들을 체벌로 다스리는 B씨의 모습이 걱정스러웠고, 말리지 못해 죄스럽다고 호소했다.

1심 재판부가 징역 17년의 실형을 선고했을 때도 A씨의 주장은 변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항소심 재판 막바지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증인이 있다며 한 보험설계사를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

C씨가 결국 숨지게 된 2019년 12월 2일부터 17일까지의 감금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증인의 진술을 신빙성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A씨는 당시 현장에 없었어야 했지만, A씨의 출근카드 기록은 정반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B씨에 대해서는 원심 징역 10년을 파기하고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선 남은 유족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으나 신중해야 할 부분이며, C씨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점 등에서 형량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는 정당하다"며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시종일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범행을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판결에 불복해 모두 상고했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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