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염화칼슘 때문에 신발이 녹지는 않겠지요? 눈이 적게 내렸는데 염화칼슘은 너무 많이 뿌렸네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마주친 박미연씨(31)는 반려견을 품에 안고 있었다. 길 바닥 염화칼슘이 개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길을 걷게 하는 대신 품에 안은 것이다. 근처의 행인들도 염화칼슘을 피해 걸었으며 가게 주인들은 염화칼슘을 쓸어내기 바빴다.
박씨는 "개가 염화칼슘이 뿌려진 길을 걸으면 송곳으로 찌르고 소금을 뿌린 것처럼 발바닥이 쓰리다는 이야기를 (애견) 커뮤니티에서 보았다"면서 "염화칼슘을 씻어내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애견인은 "화학물질인 염화칼슘이 강아지에게 좋을리 없을 것"이라며 "공동구매로 강아지 신발을 사서 신겼다"고 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18일 최고 7㎝ 눈이 쌓일 것이라는 예보가 무색하게 서울에 고작 1㎝ 대의 눈이 내리면서 미리 뿌린 염화칼슘이 애물단지가 됐다.
서울시가 도로 등에 살포하는 제설제로는 염화칼슘과 소금, 친환경인증 제설제가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 제설제의 40%를 차지하는 염화칼슘은 결빙점이 낮은 장점이 있는 반면 차량 등 금속을 부식시키는 단점도 있다.
염화칼슘은 가로수를 고사(枯死)시키거나 강아지와 고양이 등의 화상과 습진, 상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반려견 전문가인 강형욱씨는 "강아지가 눈길에서 산책하다 다리를 드는 것은 발바닥이 아프기 때문"이라며 "신발을 신거나 발바닥 털을 밀지 않은 상태에서 걷게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 도로연구소는 '염화물이 시설물에 미치는 영향과 대체 융빙제 연구' 보고서에서 "콘크리트의 철근까지 침투, 철근의 부동태피막을 파괴하고 국부 부식으로 진행, 깊은 공식(共食·개체를 좀먹는 현상) 때문에 구조물을 파괴한다"고 염화칼슘을 우려했다.
동양대 철도토목학과와 한국시설안전공단도 '염화칼슘이 함유된 제설제로 인한 콘크리트 바닥판 단부의 염해에 관한 사례 연구'에서 "내륙에서도 제설제로 인한 염화물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안전진단 항목에 염화물 시험이 포함돼야 할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18일처럼 예보보다 훨씬 적게 눈이 내리거나 눈 내린 곳이 흩어질 경우 염화칼슘은 환경미화원이 쓸어 없앨 때까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 또한 "제설제 회수나 정리를 하는 업무가 없다"고 말한다.
이때문에 제설제의 적절한 사용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기상청의 협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6일 폭설 당시 제대로 제설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해서 제설제를 무조건 뿌릴 게 아니라 눈의 양이나 강설 지역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제설제의 양을 적절히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도봉구는 기온 0도 이하이고 적설량이 3㎝, 5㎝, 10㎝ 이상 등 세 가지 상황에서 ㎡ 당 염화칼슘 살포량을 얼마로 할지 등을 실험해 공개한 적이 있다.
서울시도 현재 친환경 제설 첨가제의 효과와 비용 등을 분석해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환경인증 기준을 충족시킨 친환경 제설 첨가제는 이미 2019~2020년 성동·남부·서부 도로사업소 및 시설관리공단이 사용한 적이 있다.
앞서 서울시는 18일 눈 예보에 따라 제설작업에 총 9000여명, 제설장비 1000여대, 제설제 등 자재 2000여톤을 투입해 간선도로 등 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제설작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