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500원 스프·1000원 볶음밥 주문하면 카페에 앉을 수 있다고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눈물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특히 커피나 음료 등 음식 섭취가 금지된 카페의 경우 일부 업주들이 이른바 '1000원짜리 볶음밥'까지 내세우는 등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5일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광주 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카페임에도 일부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카페라면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작은 그릇에 담긴 볶음밥이 음료 옆에 놓여 있었다.
카페 주문대에는 '볶음밥 1000원'이라는 새로운 메뉴판이 놓여 있었고, 일부 손님들은 알고 있었다는 듯 테이블에 앉으려 자연스레 볶음밥을 추가 주문했다.
뒤이어 카페를 찾은 또 다른 손님은 메뉴판을 보고 놀라며 "볶음밥을 시키면 앉아서 커피 마실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이 가게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가격은 4000원이었다.
전남 목포의 한 카페에서도 '500원 스프'를 주문하면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었다.
500원 스프는 종지에 담겨 커피와 함께 나와 좀처럼 보기 드문 조합이었다.
이처럼 카페 업주들조차도 손님을 잡으려고 갖가지 방법까지 동원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역수칙에 역행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동정의 시선이 나와 상반된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광주 100시간 멈춤'을 통해 10대 방역수칙을 시행, 거리두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사실상 광주지역에서의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다.
방역수칙 중 카페는 영업시간 전체에 포장·배달만 허용됐고, 카페 내에서 커피나 음료 등 섭취는 불가하다.
하지만 방역수칙의 기준이 모호하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빵과 쿠키는 취식이 안 되고 포장만 해야 하는가 하면, 같은 먹거리인데도 볶음밥 등 특정 음식을 주문할 경우 음료와 함께 놓고 카페에 앉아도 방역수칙에 어긋나지 않아서다.
직장 동료와 카페를 찾은 한 손님은 "인근에서 밥을 먹고 잠시 앉아 차를 마시고 싶었는데, 볶음밥 메뉴가 있어 반가웠다"며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반겼다.
반면 테이크아웃을 해 가는 손님은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40대 초반의 송모씨는 "카페 사장님이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만든 메뉴 같다"며 "그러나 마스크를 벗지 말고, 밀집된 공간에 여럿이 있지 말라고 시행한 방역수칙을 피해 가는 편법 같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와 관련해 많은 시민과 카페 업주들이 광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방역수칙의 기준이 모호해 17일부터는 카페도 일반음식점으로 통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6일 오전 11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